
-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 출판
- 엘릭시르
- 출판일
- 2024.03.15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요네자와 호노부 (米澤穗信)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작가가 되는 것을 꿈꿨고, 중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소설을 게재했다. 2001년, 『빙과』로 제5회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장려상(영 미스터리&호러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졸업 후에도 이 년간 기후의 서점에서 근무하며 글을 쓰다가 도쿄로 나오면서 전업 작가가 된다. 클로즈드 서클을 그린 신본격 미스터리 『인사이트 밀』로 제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 다섯 개의 리들 스토리『추상오단장』으로 제63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후보와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올랐다. 판타지와 본격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러진 용골』로 제64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2) 덧없는 양들의 축연 차례

2. 덧없는 양들의 축연
장편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근에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두 편이 모두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고르긴 했으나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한 것은 아마도 연말이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가연물』에 이어 본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은 바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이다. 『가연물』만큼 아니 『가연물』보다 더 미스터리적인 제목이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봄 번역이 되었으나 일본에선 2008년에 출판이 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비교적 초기작이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북관의 죄인’, ‘산장비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덧없는 양들의 만찬’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독립적인 소설처럼 보이나 명문가의 영애들로 구성된 ‘바벨의 모임’이라는 미스터리한 모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마지막 단편인 ‘덧없는 양들의 만찬’에 바벨의 모임 회장의 입을 빌린 말이 나온다.
바벨의 모임이란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덧없는 자들의 성역입니다. 너무나 단순한, 혹은 너무나 복잡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우리 모임에 모여들지요. 말하자면 우리는 같은 지병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308쪽)
처음에는 단순한 독서토론의 모임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덧없는 자들의 성역과 그 성역을 둘러싼 반전이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1)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단잔가(家)의 하녀인 무라사토 유히의 수기로 시작하여 그녀가 모시는 아가씨인 단잔 후키코의 술회로 마무리된다. 대학에 입학한 후키코는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에 가입을 하고 그 모임은 여름에 피서를 겸해 산장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여름 독서 모임이 열리기 이틀 전, 후키코의 저택에서 집안에서 제명이 된 후키코 오빠에 의한 참극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듬해도, 그다음 해에도 같은 날 후키코의 친척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이 자신도 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닐까란 추측과 함께 후키코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 무라사토 유히의 수기이다. 그리고 네 번째 모임을 앞두고도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진상이 후키코의 술회에 드러난다.
나는 한없이 잠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두려움에 끌리기도 했다. (52쪽)
후키코의 술회의 한 대목에서 사건의 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매년 그랬듯이 집안에 변고가 생겨 후키코는 여름 독서 모임에 불참하게 된다.
(2) 북관의 죄인
전통 있는 무쓰나 가문의 혼외자인 우치나 아마리가 무쓰나 가문으로 들어가 그곳의 별관인 북관에 유폐된 무쓰나 가문의 장남의 시중을 들며 함께 지내는 이야기이다. 북관에서 나갈 수 없는 무쓰나 가문의 장남 소타로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 심부름한다. 얼마 뒤 그림을 완성한 소타로는 숨을 거두고 그의 또 다른 여동생 요미코는 그의 그림에서 본 보라색이 바벨의 모임에 있던 사람이 보여준 보라색과 같다는 말을 한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이번에도 바벨의 모임이 언급되는 셈이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소타로가 아마리에게 한 말이다.
살인자의 손은 빨갛게 물들어 있어, 하지만 그들은 장갑을 끼고 있지. (94쪽)
소타로가 그린 가족의 그림에서도 장갑을 끼고 있는 인물이 있어 그 반전의 묘미가 더 해지는 것 같았다.
(3) 산장비문
외딴 산속에서 비계관이라는 별장을 관리하고 있는 야시마에게 일어난 일을 그린 ‘산장비문’은 각 편마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바벨의 모임을 설명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덧없는 양들의 만찬’과 함께 재미없게 본 단편이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실족을 한 인물을 구한 야시마는 그를 찾으러 온 산악부원들을 비계관으로 초대하고 그들의 수색을 돕는다. 이미 조난자를 구한 그녀가 왜 그를 찾는 이들에 그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고 수색을 돕는지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조난자를 찾는 이들에게 잼을 넣은 러시아식 홍차를 대접하고, 그녀를 부탁으로 산장에 찾아와 수색에 지친 산악부원들의 식사와 그들이 머문 곳의 청소를 도와준 유키코에게 그저 지하창고에 특별한 고기가 있다는 말만 한다.
(4)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아들이 없어 할머니의 입김이 가장 센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 스미카와 오구리가문의 데릴사위인 스미카 아버지의 부탁으로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다마노 이스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고향집과 가족들이 다 타버렸다고 말하는 이스즈는 대학진학을 위해 오구리가를 나와 대학에서 바벨의 모임에 가입한다. 그러던 중 큰아버지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할머니로부터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할머니에 의해 아버지가 집안에서 쫒겨나고 그녀 자신도 가문에 누가 된다며 집안에 유폐를 당한다. 얼마 뒤 재혼을 한 어머니에게서 아들이 태어나고 할머니는 손자의 앞날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스미카를 제거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할머니와 남동생의 죽음으로 스미카는 다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할머니와 남동생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가 섬뜩하면서도 새로운 반전이었다.
(5) 덧없는 양들의 만찬
회비를 내지 않아 바벨의 모임에서 퇴출된 마리에의 일기에서 바벨의 모임이 몰락한 과정과 졸부인 오데라가(家)에서 고용한 아장 요리사의 기행을 그리고 있다. 요리에 아미르스탄 양요리가 나와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요리사의 요리보다 바벨의 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마리에의 일기는 ‘언젠가 찾아올 덧없는 자에게’라며 끝이 난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그 일기를 읽은 여학생에 의해 바벨의 모임이 부활하면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이 마무리된다.
네 번째 이야기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에서 이스즈가 권한 애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보고 스미카는 이렇게 말한다.
신비 속에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고 엄숙과 해악이 쉼 없이 번갈아 등장하는 그 내용에 나는 농락당하고 도취되었다. (218쪽)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속에서도 이런 농락을 당하기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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