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출판
- 현대문학
- 출판일
- 2021.08.16

1. 읽기 전에
(1) 죄와 벌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그린 '죄와 벌'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그렇다면 죄와 벌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백조와 박쥐』를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죄와 벌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죄와 벌』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1867년에 출판된 장편소설이다. 가난에 찌든 대학생인 라스콜니코프 세상의 사람들은 선악을 초월하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바로 법률이나 다름없는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과 인습적 모럴에 얽매이는 약하고 평범한 다수인간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인다. 우연히 범죄 현장을 발견한 그녀의 이복 여동생 리자베타도 죽인다. 그 후 살인을 저지르고 그 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고 그 후 매춘부를 통해 알게 되는 깨달음으로 그 당시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비판,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 백조와 박쥐
인망이 높은 변호사인 시라이시 겐스케가 해안 도로에 주차된 차 뒷좌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을 경시청 수사 1과의 고다이 쓰토무가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며 출판되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 작품을 뛰어 넘는 것이다’라고 밝힐 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녹나무의 파수꾼’과 같이 따뜻한 이야기꾼으로도 유명하지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미스터리 소설에 더 적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건은 의외로 싱겁게 해결되는 듯 했다. 변호사인 시라이시의 법률사무소로 전화를 건 적이 있는 구라키 다쓰오가 고다이 형사에게 자신이 살해를 했다고 자백을 한 것이다. 또한 33년 전의 미해결 사건도 자신의 소행아라고 자백한다. 소설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든 소설이든 분량을 계산하면 범인은 어느 정도 시점에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구라키의 진술은 사건의 해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 것 같았다. 실제로 고다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정말 미궁에 빠지려는 사건을 해결한 것인가. 어쩌면 새로운 미궁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가……. (106쪽)
다른 장르에도 그렇지만 미스터리물에는 특히 치명적이기에 스포는 여기까지 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졸지에 살인범의 가족이 된 구라키 다쓰오의 아들 구라키 가즈마와 역시 졸지에 유족이 된 시라이시 겐스케의 딸 시라이시 미레이이다. 특히 미레이는 검찰과 경찰에서 발표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가즈마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기에 차근차근 사건의 진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 사실을 안 고다이와 부하 형사의 대화에서 그 상황에 대하여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둘 다 사건의 진상을 납득하지 못했다는 점이야. 분명 또 다른 진실이 있다. 그것을 꼭 밝혀내겠다.라고 마음먹고 있어. 그런데 경찰은 이미 수사는 끝났다는 식이고 검찰이나 변호인은 오로지 재판 준비에만 골몰했지.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으로 서로 적의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 둘의 목적이 같았던 거야. 그렇다면 한 팀이 되기로 한 것도 실은 이상할 게 없어.”
“그런가요… 라기보다 아무래도 선뜻 이해하기는 어렵죠. 나는 그 기분, 잘 모르겠던데요.” 나카마치는 두부를 입에 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취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얘기잖아요.” (420쪽)
사건 해결과는 별개로 가즈마가 SNS에 자신의 졸업사진의 접사 및 신상이 퍼져 직장에서도 원치 않게 휴직을 하고 망가진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고는 오래전 본 영화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가 생각이 났다. 오빠가 살인사건을 일으켜 형사와 함께 악의가 가득 찬 인터넷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주인공 사오리의 친구가 사오리의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하는 ‘여기서는 정보를 가진 자가 제일이다’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영화였다. 영화가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SNS 및 인터넷을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였기에 양화의 주인공과 달리 소설 속 가즈마는 행여나 자신을 알아볼까 더욱 삶이 망가져 가는 것 같았다.
살인을 자백한 범인 아닌 범인과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범인의 아들 및 유족의 딸, 사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이미 해결된 사건이라며 재판에만 몰두하는 검찰과 경찰 수뇌부 등 다채로운 인물들과 그들이 그리는 사건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500쪽이 넘는 긴 분량이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현대판 연좌제로 의도치 않게 공공의 적의 되어버린 가즈마로 인해 무분별한 마녀사냥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었고 공소시효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의 해결은 덤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고 나서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가 생각이 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3. 더 알아보기
(1) 영화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

초등학생 자매 살인사건의 범인인 18세 소년으로 인하여 그의 가족들이 해체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소년이 검거되자 매스컴은 범인의 가족에 대해 취재경쟁을 벌이고 경찰은 그의 가족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범인의 여동생인 중학생 사오리는 학교를 쉬고 카츠우라 형사의 보호를 받으며 기자를 피해 다닌다. 네티즌과 기자들은 범임과 사오리의 신원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인터넷에 공개하여 결국 사오리의 어머니는 자살을 하게 되며 사오리는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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