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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본소설

사건은 끝났다 - 사건이 끝나고 그 후의 이야기들

사건은 끝났다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후루타 덴 (降田天)

집필 담당 아유카와 소(鮎川颯)와 플롯 담당 하기노 에이(萩野瑛)로 구성된 콤비 작가 유닛으로 2007년부터 주로 소녀 취향 소설 작가로 활약하다가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으로 쓴 미스터리 소설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2014년 제13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 작가로 본격 데뷔했다. 두 사람은 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로 졸업 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사건은 끝났다는 일본의 엘러리 퀸인 후루타 덴의 연작소설이다.

 

(2) 목차

목차

2. 사건은 끝났다

(1) 사건

1220, 저녁 721분 도에이 지하철 S선의 열차 한가운데, 다섯 번째 칸에서 패딩을 입은 한 청년이 배낭에서 칼을 꺼내 마구 휘둘렀다. 임산부 배지를 단 한 여성의 팔이 베이자 열차 내는 비명과 노성이 난무한다. 사건 현장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마구 엉키는 그때 트렌치코트를 입은 한 노인이 청년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청년의 칼에 찔린다. 그렇게 노인의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그것이 지하철 S선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다. 이 사건 뒤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사건은 끝났다.

그리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12쪽)

 

? 사건이 이렇게 끝난다고? 시작이 아니고? 하지만 아무튼 사건은 끝났다.

 

(2) 소리

소리의 주인공은 가즈히로라는 은둔형 외톨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었다. 운동을 꾸준히 한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였지만 지하철 사건 당시 급하게 자리에서 도망을 갔다. 마침 그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가 되면서 범인을 제압하려고 했던 노인과 비교와 질책을 당해 사람들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옮겼지만 여전히 그를 알아보고 비난할 것 같은 주변의 시선에 그는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듯한 감각에 시달린다.

 

어느 날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집 여자의 방문이 있고 나서 그러한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 것이다. 누구 구타당하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계속 듣게 되는 것이다. 그 소리는 사건과 자신의 불안, 죄책감, 혹은 두려움의 상징으로 드러나며, 주인공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과 마주하려 애쓴다.

 

그러던 중 목조 건물인 그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주민 모두가 대피를 하지만 그는 그동안 들었던 그 소리가 신경이 쓰인다. 결국 불이 난 윗집에서 아이를 구하게 되는데 그것으로 그는 그동안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눈앞에서 흉기를 보게 된다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맞다.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 자리를 안전하게 모면한 가즈히로를 비난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트라우마에 시달릴 만도 해 보였다.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과정이 미스터리적인 방법이 아닌 심령적인 방식이어서 독자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어떤 상황을 쉽게 생각하고 재단한 뒤 당사자를 비난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 단편이다.

 

(3) 물의 향기

물의 향기의 주인공은 지하철 사건에서 가장 먼저 상해를 입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던 지호이다. 그녀는 사건 이후 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고 말하는 등, 이상한 증세를 보인다. 남편 고타로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위해 상황을 지켜보다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노인 무카이 마사미치 씨의 집으로 찾아가보기로 한다. 다른 가족이 없는 그는 집에서는 그의 누나가 그들을 맞이한다. 그곳에서도 지호는 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로부터 그녀의 이상 증상은 더 해가만 간다. 이윽고 그녀는 영혼이 보인다고 고백을 한다. 예상치 못한 그 영혼의 정체가 이야기의 백미를 이룬다.

 

이 편 역시 제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만큼 심령적인 내용이 적지 않으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기억에 남은 이야기였다.

 

(4) 얼굴

얼굴은 지하철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고등학교 테니스 부 스타 이케부치 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그의 재기를 돕기 위해 학교 보도부의 노에 히비키가 그의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하고 이케부치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더듬어 나간다. 이케부치는 부상도 부상이지만 사건의 후유증으로 꿈에서 달걀귀신을 보곤 하는데 어느 날 테니스 부실에서 달걀귀신의 환각을 보고서는 뛰쳐나간다. 하지만 노에는 그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는 이케부치의 비밀을 알아내고 비밀을 공유하기로 한다.

 

(5) 영웅의 거울

유우라는 호스트가 주인공이다. 그도 역시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에서 있었던 인물이며 그곳에서 부상 없이 사건 현장을 빠져나온 인물이다. 이야기 내내 그는 유키라는 자신과 닮은 가족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유키는 부상으로 인해 병상에 누워있는 인물로 유우의 내면에서 그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호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유우였기에 가족에게 떳떳하게 나설 수 없지만 누구보다 유키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편에 비해 조금 밋밋하게 진행되는 것 같은 이야기였으나 마지막 한 문장의 반전으로 다시 읽게 된 단편이었다.

 

(6)

앞선 얼굴편에서 등장한 노에 히비키라는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저널리스트가 꿈인 노에는 혼란에 빠져있다. 그녀의 비밀은 사건 당시 성추행범으로 오해를 해서 죽어라고 외친 사람이 바로 사망한 노인인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공정한 언론인에 대한 잣대가 흔들려 방황을 하게 되고 때마침 특정 요일의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특정 역에서 처음 타는 인물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과 가깝다는 일종의 도시괴담이 유행을 하게 된다. 그것을 조사해보기로 한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롤모델인 한 저널리스트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상담을 하면서 방황을 끝내고 다시금 목표를 세운다.

 

(7) 벽과 남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니토리 유이치가 주인공이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 그는 일러스트를 잠시 그만두고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어느 폐공장에서 그림을 그리다 한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노인이 바로 무카이 마시미치이다. 경마와 술을 좋아하는 일용직 노인과 그림을 그리는 청년의 공통점은 크게 없어 보이나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까지 넓혀간다.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기 직전 노인과의 만남이 끊겼는데, 그 후 지하철 사건으로 사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그가 지하철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는 노에와 함께 사건당시의 상황을 추적해 본다.. 그리곤 당시 무카이의 행적을 짐작해 나간다..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단 한 명이 있는데 그는 바로 피해자인 무카이 마사미치로 그의 이야기가 한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전개되어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8) 마치며

사건이라는 제목이 있어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사건은 끝났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2~3페이지가 지나면 사건이 끝났다는 문장이 나온다. 사건은 끝났다는 그 이후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특한 점으로는 사건의 범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왜 범행을 자행했고 그 후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저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그 사건 후에 어떤 일을 겪고 후유증을 극복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다. 그 점이 인상적이고 좋았던 소설이다.

 

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자주 읽곤 하지만 그러한 사건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봤으면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뉴스에는 영화나 소설보다 더 믿기 어려운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그렇기에 누구나 사건은 끝났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어떤 사건 현장에 얽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소 심령적인 현상도 가미된 이야기도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아닌 사건 후의 이야기를 다뤄 더 인상적인 사건은 끝났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