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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본소설

부러진 용골 - 이성과 신비가 교차하는 중세

부러진 용골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요네자와 호노부 (米澤穗信)

1978년 기후 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작가가 되는 것을 꿈꿨고, 중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소설을 게재했다. 2001, 빙과로 제5회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장려상(영 미스터리&호러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졸업 후에도 이 년간 기후의 서점에서 근무하며 글을 쓰다가 도쿄로 나오면서 전업 작가가 된다. 클로즈드 서클을 그린 신본격 미스터리 인사이트 밀로 제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 다섯 개의 리들 스토리추상오단장으로 제63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후보와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올랐다. 판타지와 본격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러진 용골로 제64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2) 차례

차례

(3) 등장인물

등장인물

 

2. 부러진 용골

중세의 공기에는 언제나 낭만과 잔혹함이 함께 섞여 있다. 칼과 마법, 신앙과 이성이 공존하던 그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소설 부러진 용골은 바로 그 시대의 공기 속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추리 소설의 정밀함판타지의 신비로움을 완벽히 융합한 작품으로, 읽는 내내 머릿속에 안개와 촛불이 어른거린다.

 

(1) 중세 판타지의 무대 위에 세워진 미스터리

작품의 배경은 12세기 말 잉글랜드령 솔론 제도이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원정에 나선 사이, 섬에서는 정체 모를 암살 사건이 발생한다. 충실한 경비병 에드윈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곧 영주의 피살로 이어지고, 그 순간부터 섬 전체가 거대한 밀실이 된다.

 

이야기의 핵심 인물은 성 암브로시우스 병원형제단의 기사 팔크 피츠존으로 그는 하얀 독기라는 마술로 살인을 저지르는 암살자를 추적하기 위해 섬에 도착한다. 팔크는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기사이며, 이는 마술은 신의 언어이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다.”라는 소설 전체의 톤을 결정한다.

 

(2) 마술이 존재하는 세계, 그러나 논리가 우위에 있는 이야기

부러진 용골의 독특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술이 실제로 존재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술에는 제한과 조건이 존재하고, 그 제약을 추적하는 과정이 곧 논리적 추리가 된다.

 

예를 들어 살인에 사용된 강제된 신조라는 마술은 미니언의 피와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피를 흘리지 않는 저주받은 데인인은 미니언이 될 수 없다. 이 단순한 논리로 팔크는 용의자들을 하나씩 좁혀 나간다.

이처럼 작가는 마법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마저 논리적 법칙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 점이 바로 부러진 용골이 다른 판타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다.

 

(3) 신념과 저주, 그리고 인간의 한계

소설 속에는 수많은 상징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존재는 불사의 포로 토르스텐 타르퀼레손이다. 그는 칼에 베어도 피를 흘리지 않는 저주받은 몸을 지녔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결함이 있다. 토르스텐은 영주 로렌트의 자비를 받으면서도 끝내 자유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념이었다. 그의 태도는 마치 이성을 대표하는 팔크와 대조되어, ‘믿음과 이성의 대립이라는 소설의 철학적 축을 만들어낸다.

 

(4) 판타지 속에 숨겨진 논리의 미학

부러진 용골을 읽다 보면 놀라운 점은, 판타지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이 논리적 인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마술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결국 이성적 추리로 모든 미스터리를 해결한다.

 

하얀 독기로 살해된 시체, ‘도둑의 납촉이라는 기이한 물건, ‘산중 노인의 비약이라는 신비한 약 등 이 모든 판타지적 장치가 실제로는 논리의 실험 도구로 기능한다. 그래서 부러진 용골판타지의 외피를 쓴 합리주의 미스터리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마술을 믿는 세계에서조차, 진실은 언제나 인간의 추리에 의해 드러난다.

 

(5) 반전의 정교함과 인간의 욕망

영주의 죽음으로 암살기사를 찾는 것으로 출발하는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신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데인인이 솔론 제도를 침략한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이 서로 다른 줄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다.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팔크가 밝혀내는 진실은 단순한 범죄의 결과가 아니라, 믿음과 명예, 두려움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힌 인간 내면의 그림자이다결국 마법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의 마음이며, 그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리의 완성이다.

 

(6) 중세적 낭만 속에서 피어나는 이성의 불빛

부러진 용골을 읽으면 마치 오래된 수도원에서 양피지 문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초와 향의 냄새, 돌벽의 차가움, 그리고 믿음과 논리가 충돌하는 순간들 속에서 팔크는 마치 합리주의 시대의 예언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신의 기적보다 인간의 사고를 믿고, 운명보다 논리를 신뢰하며, 마법보다 진실을 향한 집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