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읽기 전에
(1) 등장인물
① 우하라 마도카 - 전작 『라플라스의 마녀』의 주인공으로 자연 현상을 예측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비로운 여성이다. 그로부터 7년 후,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② 쓰키자와 리쿠마 - 살해당한 전직 형사 쓰키자와 가쓰시의 아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던 중 도서관에서 마도카와 우연히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③ 쓰키자와 가쓰시 - 뛰어난 직감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미아타리 형사'로 불렸던 전직 형사. 소설 초반에 살해당하며, 그의 죽음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④ 이시하라 준야 – 리쿠마의 절친으로 아버지를 잃어 혼자가 된 리쿠마의 옆에서 힘이 되어 준다.
(2) 히가시노 게이고의 100번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매년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 왕성한 집필력으로 유명하다. 『마녀와의 7일』은 그의 100번째 장편소설이자, 전작 『라플라스의 마녀』의 세계관을 잇는 후속편이다. 출간 간격은 우연처럼 정확히 7년. 전작이 2015년 5월 발표되었고, 이번 작품은 2022년 8월 일본에서 먼저 공개되었다. 이야기 속에서도 7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설정이 겹치며 이것마저 노렸을까란 생각이 든다.
2. 마녀와의 7일
(1) 사건의 개요
이야기는 평범한 어느 오후, 리쿠마가 도서관에서 마도카와 마주치며 시작된다. 그녀는 공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고, 비가 올 시간을 정확히 맞히는 등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듯하다. 그날 밤, 리쿠마는 아버지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저녁을 먼저 먹어.”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며칠 뒤, 아버지 가쓰시가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실종에서 살인으로 전환된다. AI 감시 시스템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사회에서 경찰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가쓰시의 과거 행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AI와 CCTV가 범죄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는 시대지만, 사람의 직감과 추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리쿠마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 자신도 몰랐던 딸, 즉 리쿠마의 이복 여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가이메이 대학 수리학 연구소에서 어머니와 지내고 있었고, 이곳에서 다시 마도카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리쿠마는 친구 준야와 함께 마도카를 찾아가고, 세 사람은 아버지의 죽음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퍼즐을 맞춰 나간다.
한편, 가쓰시의 오랜 동료였던 형사 와키사카도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사회에서도 형사 특유의 직감을 믿고 움직인다. 리쿠마는 아버지의 앨범 속에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는다. 바로 오래전부터 수배 중이던 인물 니지마 시로. 가쓰시는 그의 얼굴을 ‘인생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라 표현하며 의문을 품었던 바 있다. 니지마를 찾기 위한 여정은 리쿠마 일행을 더욱 깊은 미궁으로 끌고 간다.
(2) 인상적인 구절
소설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이 작품의 핵심을 명확히 짚어준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되짚어보면 특출한 사람이든 부족한 사람이든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AI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고, 초능력자나 엘리트만이 세상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 오히려 부족한 점이 더 많은 사람이라도 인간을 존중하는 인식만 잃지 않는다면 서로를 의지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해 지혜와 용기를 발휘한다. 그러한 협업의 연쇄가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456쪽)
AI와 초능력이라는 화려한 요소가 등장하지만, 사건을 해결로 이끄는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와 지혜다. 리쿠마를 끝까지 지킨 친구 준야, 묵묵히 직감을 믿고 수사한 와키사카, 그리고 진실을 찾아 용기를 낸 리쿠마 자신. 이들의 작은 용기와 협력이 사회를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든다.
마도카가 남긴 말도 깊이 남는다.
모든 일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담으려고 하는 건 억지고 오만이에요. 그런 협소한 세계관에서 벗어났을 때 인간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어요. …… 인간은 좀 더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해요. AI 따위를 상대로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되죠. (393쪽)
인간의 가능성을 믿으라는 메시지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3) 개인적 감상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치밀한 플롯과 긴장감 있는 전개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AI가 수사를 주도하는 미래 사회, 초능력에 가까운 마도카의 등장 등 SF적 요소가 더해져 한층 풍성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인간의 따뜻함과 연대다. 특히 친구 준야의 존재는 소설의 따뜻한 정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전작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라플라스의 마녀』를 먼저 읽으면 마도카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두 작품을 잇는 세계관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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