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치가와 사오
- 출판
- 허블
- 출판일
- 2023.10.27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이치카와 사오 (市川沙央)
(2) 헌치백(Hunchback)
척추장애인을 가리키는 말로, 작중 주인공은 자신을 '헌치백 괴물'이라 칭한다.
2. 헌치백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는 띠지의 문구와 2023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이라는 광고만 보고는 리스트에 올려 두었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이치카와 사오의 데뷔작인 『헌치백』이다. 최근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다시 읽어서 그런지 주어진 정보만으로 이 소설을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생각을 하고는 읽기 시작했다. 140쪽이라는 생각보다 적은 분량도 그러한 생각에 일조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헌치백』의 주인공 이자와 샤카는 명문 사림대의 통신과정 대학생으로 목에 기관절개 호스를 꽂고 등뼈는 S자로 심하게 흰 중증 장애 여성으로 근세관성 근병증을 앓고 있다. 인공호흡기와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주인공이 생명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작가 본인의 삶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작가도 샤카와 같은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을 앓고 있어 인공호흡기와 휠체어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작중 샤카는 부모님께 적지 않은 부를 상속받은 상속녀이지만 웹 소설과 성인물 기사 알바를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삶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의 뇌 속은 산소결핍증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항상 이런 식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젊고 성실하며 과묵한 장애 여성 이자와 샤카釋華 씨로 지냈고, 그렇기 때문에 〈Buddha〉와 〈샤카紗花〉는 지금까지 상스럽고 유치한 망언을 거침없이 공개할 수 있었다. 연꽃 주위의 진흙탕처럼 질퍽한 실을 그리는, 늪에서 태어나는 말들. 하지만 진흙탕이 없으면 연꽃은 살아갈 수 없다. (67쪽)
하지만 더 심각하게 다가온 대목은 중증 장애를 가진 이들이 보는 현실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과 비교하여 ‘일본 사회에서는 애초에 장애인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적극적인 배려는 없다.(45쪽)’고 말하는 샤카는 종이책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무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38쪽)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조금 뜨끔하기도 하였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이기에 특권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띠지에서 본 자극적인 문구인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가 등장하는 대목에서의 샤카는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고 인간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시야가 좁은 탓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만든 『헌치백』이었다. 작가는 ‘한국어판에 부쳐’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샤카는 <오아시스>의 한공주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영화 <오아시스>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3. 더 알아보기
(1) 아쿠타가와상
일본의 소설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892-1927)의 이름을 기념하는 신인상이다. 순문학을 대표하는 상으로 일본의 많은 문학상 중에서 나오키상과 함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정식 이름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이다. 1년에 2회 수상하며, 상반기(12월-5월) 하반기(6월-11월)로 나뉜다. 이 상은 신문, 동인지를 포함한 문학잡지에 발표된 신인이나 무명의 작가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이 수상 대상이 되며, 단체가 아닌 개인에게 주어진다. (출처 문학비평용서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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