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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본소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초보에서 한 발 내딛은 행복한 탐정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스물세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 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수학했다. 1987년에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은 단편《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했다. 그 후《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용은 잠들다》(1991)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나오키상,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 출판대상 특별상,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군림한다.
 

(2) 차례

 

2.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1) 스기무라 사부로, 평범하지만 특별한 탐정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는 전직 출판사 편집자로, 작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며 동네 사람들의 의뢰를 받는 생활밀착형 인물이다. 그는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잦으며, 번뜩이는 두뇌보다 공감 능력에 강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귀 기울여 듣는다. 요약하면 뛰어난 두뇌를 지닌 탐정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능력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인물이었다. 이처럼 인간적인 매력이 스기무라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수록 작품은 다음과 같다.
 

(2) 절대 영도 - 가정 폭력과 여성 혐오의 그림자

하코자키라는 중년 여성이 스기무라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녀의 딸 유비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위 사사 도모키가 병문안을 철저히 막고 있다는 호소였다. 하코자키와 유비는 매우 친밀한 모녀였기에, 유비의 자살 시도는 쉽게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스기무라는 의뢰를 맡아 유비의 주변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사사 도모키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는 필드하키 동호회의 핵심 선수였는데, 그곳에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서열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도모키는 여성을 경멸하는 태도와 폭력을 일삼으며 폭력과 억압을 반복하는 남자였다.
 
유비의 주위를 조사하던 스기무라는 유비의 대학 친구인 가사이에게 이러한 그녀의 과거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가사이는 이렇게 덧붙이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나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144쪽)
 
분명 도모키에 대한 이야기인데 두루두루 적용이 될 것 같은 말이었다.
 
유비는 도모키의 폭력성을 알면서도 결혼을 택했지만, 결혼 생활은 점점 그녀를 옥죄었다. 스기무라의 조사 과정에서 유비와 도모키의 관계, 하키 동호회의 어두운 비밀, 그리고 그 속에서 파생된 비극이 차례로 밝혀졌다. 결국 사건은 단순한 자살 시도 문제가 아니라, 여성 혐오와 가정 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드러났다.
 
작품 제목 ‘절대 영도’는 인간의 감정에서 모든 온기가 사라진 지점을 상징한다. 사건의 피해자인 다마키 고지가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에서,  인간이 감정을 잃었을 때 맞이하는 차가운 온도를 마주하게 된다.
 

(3) 화촉 –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두 번의 파혼

‘화촉’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가벼운 단편이었다. 스기무라는 집주인 다케나카 부인의 부탁으로, 지인의 조카 결혼식에 보디가드 겸 운전수로 따라가게 된다. 단순히 결혼식 참석이 전부일 줄 알았던 스기무라는 뜻밖의 상황에 휘말렸다.
 
결혼식장에서 예정된 두 건의 결혼식이 연달아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예식 직전 파혼이 선언되며, 축의금까지 돌려주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당사자 가족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스기무라는 특유의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두 신부에게 얽힌 사연을 파헤친다. 결혼이라는 의례 뒤에 숨겨진 비밀, 가정 간의 갈등, 신랑·신부 간의 오해와 진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결혼이라는 축제의 이면에 자리한 인간사의 복잡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4)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변하지 않는 인간의 민낯

표제작은 앞선 이야기보다 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다케나카의 집안 며느리와 딸이 스기무라를 찾아와 “구치다 미키라는 여자가 오면 의뢰를 맡지 말아달라”는 경고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치다 미키와 그녀의 딸 사자나미가 스기무라를 찾아왔다. 그녀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류세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누군가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증거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스기무라는 처음에는 의뢰를 망설였지만, 결국 사건을 맡게 된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구치다 미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그녀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며, 아이를 도구 삼아 합의금과 양육비를 뜯어내려는 전형적인 몰상식한 엄마였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늘 주변 사람들이었고, 그녀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스기무라는 사건을 정리하며 류세이가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의뢰를 종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 구치다 미키와 연락이 끊기고, 그녀의 동생이 사자나미와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만, 독자에게 남는 감정은 개운함보다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깨달음이 큰 사건이다.
 

(5) 행복한 탐정 시리즈

이 책은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앞선 시리즈는 『누군가』 (2003), 『이름 없는 독』 (2006),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2015), 『희망장』 (2016) 차례로 이어지므로, 시리즈 특유의 세계관을 느끼기 위해서는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