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쯔진천
- 출판
- 한스미디어
- 출판일
- 2021.06.28

“요즘은 다들 한탕주의에 빠져서 말이야, 어디든 꼼수와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휴대폰으로 연락 오는 것도 열에 아홉은 광고나 보이스피싱이야.”
중국의 사회파 추리소설가인 쯔진천의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는 위와 같은 범죄를 계획하는 팡차오의 대사로 시작한다. 쯔진천이라는 작가도 처음이지만, 중국 작가가 쓴 추리소설은 처음 접해본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잠시 빌리면 기존 작품은 어두운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다루었다면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그동안 보여준 사회파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소설이다. 혹자는 그동안의 소설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작가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쓴 것이라는 말도 있을 만큼 작품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작가의 전작도 궁금해진다. 어느 인터뷰에서 쯔진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모든 소설이 다 깊이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즐겁게 읽으면 그만이다”
맞는 말 같다. 모든 소설이 다 깊이 있을 필요는 없다. 깊이와 재미 둘 다 있으면 더 좋겠지만, 둘 중 하나만 챙겨도 훌륭한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의 탈을 쓴 코믹 활극’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소설에는 한 탕을 노리는 두 강도, 재개발 책임자를 매수해 한몫을 챙기려는 기업가 등 다양한 범죄자과 매번 거물급 범죄자를 검거하는 운이 좋은 낙하산 경찰이 등장한다. 심지어 살인 사건도 다수 발생한다. 그럼에도 잔인하다기보다는 실소를 머금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사건의 무대는 장쑤성과 저장성 연안의 현급도시인 싼장커우이다. 그곳에 성 공안청의 가오둥 부청장의 부하인 장이앙이 성 공안청 상무부청장인 저우웨이둥의 조카인 저우룽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부임한다. 때마침 소설의 문을 연 팡차오와 그의 파트너 류즈도 한 탕을 하기 위해 싼장커우에 들어오고, 싼장커우의 유지인 저우룽은 재개발에서 이권을 따내기 위해 책임자를 매수하려 한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낙하산인 장이앙과 거리를 두고 있던 싼장커우의 경찰인 예젠이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살인 전과가 있는 유물 밀매상인 류베이는 경찰에게 발각되자 도망을 가 숨어 있던 중 유물 밀거래상의 부하에게 살해당한다. 그를 제거한 밀거래상의 부하는 사체를 트렁크에 넣어 택시를 잡았는데, 마침 그 택시는 사채업자에게 빛 독촉을 받는 고물상 주인들이 모는 가짜 택시였다. 고물상 주인은 그대로 트렁크만 실고는 달아나 버리고 이로써 그들도 이 거대한 범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대게 추리, 스릴러 소성은 등장인물과 일어나는 사건이 제한적이다. 작가들은 의미 없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재미없는 사건은 만들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범죄자들이 그들만의 범죄를 일으킨다. 심지어 저우룽이 운영하는 벤츠 매장의 직원도 부업을 위해 회장의 차를 빼돌리다 사고를 낸다. 적지 않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다 보니 이것을 나중에 어떻게 수습을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많은 사건을 일으킨 작가가 나중에 다 회수를 못하는 것이 아닐까란 걱정도 잠깐 했었다. 때문에 각기 다른 이유로 범죄자들이 한 곳에 모여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재미있었다.
다만, 저우룬파나 청룽 보다 주윤발이나 성룡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나로서는 팡차오, 장이앙, 저우룽 등의 중국식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등장인물이 조금 낯선 것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영화 내용보다는 ‘너거 서장 남천동 살재?’라는 대사가 더 기억에 남는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중국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쯔진천 작가가 인터뷰에서 한 말대로 즐겁게 읽은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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