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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중화소설

마술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파일

 
마술 피리
한밤중, 아득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면 아이들이 집에 잘 있는지 확인할 것. 그러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차례가 될 테니까! File 01.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거인 살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소년 잭의 사정 File 02. 『푸른 수염의 밀실』 푸른 수염을 한 남편에게 살해 위협을 느끼는 아내의 구조 요청 File 03.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마을의 쥐를 없애주고도 쫓겨난 쥐잡이꾼의 앙갚음
저자
찬호께이
출판
검은숲
출판일
2021.09.14

 

언젠가 고전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흥부와 놀부’의 재미있는 해석을 본 적이 있다. 흥부를 부양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아이를 열 명이 넘게 나은 무책임한 가장으로 묘사한 해석이었다. 그는 비록 자신의 몫까지 다 가져간 형이긴 하나 놀부와는 달리 경제관념이 없는 인물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설 속에서 놀부의 아내에게 주걱으로 뺨을 맞고 볼에 묻은 밥풀을 떼어먹는 장면도 책임감이 있는 가장이었으면 자신이 먹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가족을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부와 같이 착하게 살면 제비조차 은혜를 갚는다는 고전소설의 주제인 권선징악을 제외하고 등장인물을 이렇게 다르게 보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소설 등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홍콩의 미스터리 작가 찬호께이는 『마술피리』에서 그러한 시도를 하였다.

이미 헐리우드에서 그 소재로 영화로까지 만든 적이 있는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와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 그리고 도시에 동상까지 있는 독일 동화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렇게 3편의 동화를 가지고 작가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3편을 재탄생시켰다. 주인공은 백성들에게 전해지는 은밀한 전설이나 황야의 괴담을 모으는 라일 호프만과 그의 하인 한스이다. 이 둘은 소설 곳곳에서 마치 홈즈와 왓슨과 같은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먼저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잭과 콩나무의 플롯에 살인사건이 붙었다. 소를 콩 5알과 바꾼 잭이 다음날 크게 자란 콩나무를 타고 거인의 집으로 가 돈과 황금을 낳는 거위, 자동으로 연주되는 하프를 훔치고 쫓아오는 거인을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재판을 받는 것을 목격한 호프만의 일행이 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음으로 ‘푸른 수염의 밀실’은 조금은 생소한 프랑스의 동화 푸른 수염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폭설 속에서 쉬고 있는 호프만의 일행은 한 여인이 말을 타고 도망을 가는 위태롭게 도망을 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해준다. 그녀는 근처에 사는 남작 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남편이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살해의 위협을 받고 도망을 가는 중이라고 설명을 한다. 남작 부인이라는 신분상 어디를 가도 잡힐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조언과 함께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남작의 성으로 같이 가는 호프만 일행이 그 성의 비밀에 접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끝으로 앞의 두 편을 합친 것과 같은 두께의 ‘하멜른의 마술피리 아동 유괴 사건’이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에서 잠깐 언급을 하고는 있어 두 사건의 시간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하노버로 가는 길을 잃어 하멜른으로 오게 된 호프만과 한스는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씩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심지어 그들의 몸값을 내놓으라는 협박편지도 목격한다. 호프만과 한스가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과정에서 이 마을에 일어난 해묵은 사건들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고전 소설이나, 구전 혹은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논리적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위 동화에서는 구름을 뚫고 자라는 콩나무나 쥐 혹은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피리소리 등 마법이라는 말로 포장이 가능한 그러한 부분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앞과 뒤의 사건이 잘 들어맞아야 그 추리가 설득력을 가진다. 따라서 동화와 사건의 해결에는 어느 정도 괴리감이 생길 수 있으나 소설초반의 호프만의 대사에서 그 괴리감을 없앨 수 있었다.

 

일단 우리가 아는 사실에서 증거를 찾고,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때 모르는 걸 탓하자고. (10쪽)

이로써 위 3편의 동화는 각각 잭과 콩나무의 살인사건, 푸른 수염의 밀실. 하멜른의 마술피리 아동 유괴 사건이 될 수 있었다.

조금 엉뚱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설 보다는 작가의 후기였다. 적지 않은 분량의 후기에서 작가는 그 작품의 배경과 그것을 쓰게 된 동기 등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중세의 복장, 재판 절차, 실제 사건의 시대 등 작품이 디테일 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자료를 찾고 연구했다는 점이었다. 크게 의심하지 않고 읽고 지나쳤던 사소한 설정들이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역시 좋고 싫고의 한 끗 차이는 사소한 디테일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