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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소설

블러드문 - 돌아온 해리 홀레, 반갑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귀환

블러드문

1. 읽기 전에

(1) 등장인물

해리홀레의 시리즈가 길어져서 인지 최근 편부터 친절하게 등장인물이 시작 전 정리가 되어 있다. 

등장인물

(2) 해리 홀레의 귀환을 기다리며

북유럽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해리 홀레'라는 이름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술과 상처를 끌어안은 채 누구보다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나 역시 시리즈 초반부터 그의 발자취를 오래 따라왔다.

전작 에서 모든 것을 잃고 바닥까지 추락한 해리를 지켜봤기에, 이번 신작 블러드문을 집어 들었을 때는 반가움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들과 비교하면 아쉬움도 분명 남았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였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인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2. 블러드문

(1) 다시 사건 속으로 뛰어든 해리

모든 것을 잃은 해리는 미국 LA에서 술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루실이라는 여성 때문에 그는 다시 사건에 휘말리고, 결국 오슬로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돌아오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범죄 수사와 해리 개인의 삶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는 점이다.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진 한 사람이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범인의 정체만큼이나 '이번에는 해리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2) 여전히 살아 있는 요 네스뵈 특유의 분위기

블러드문역시 요 네스뵈 특유의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감싼다. 축축한 오슬로의 거리, 조금씩 조여 오는 긴장감, 그리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커지는 압박감은 여전히 뛰어나다.

무엇보다 경찰 조직 밖에서 해리가 여러 아웃사이더들과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택시기사 외인스타인, 심리학자 에우네 등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재미를 만든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만, 브라트. 어려움이 닥치자마자 옛 영웅에게 기대는 건 자네가 강력반에서 현재 함께 일하는 부하들을 자기도 모르게 깎아내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35쪽)

 

해리는 이제 현역 형사라기보다 '전설'처럼 소비되는 존재가 되었고, 소설 역시 그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3) 여전한 레드 헤링의 묘미

요 네스뵈 하면 역시 독자를 끝까지 속이는 구성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레드 헤링은 여전히 효과적이다. 여러 용의자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독자의 추리를 흔들고, 마지막까지 쉽게 확신을 주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라는 이미지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나누는 대화와 알렉산드라의 조언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수사 방식을 설명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정면으로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진실이 시선을 조금만 비틀면 드러난다.

이런 구성 덕분에 사건뿐 아니라 인물들의 진심 역시 조금씩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4) 설정의 아쉬움

반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범인의 설정이었다'기생충'이라는 소재는 분명 독창적이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소재 자체의 신선함에 비해 그것이 범인의 심리나 사건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특히 스노우맨이나 표범, 처럼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소름을 만들어냈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조금 약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그럼에도 블러드문은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무너질 만큼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서는 해리 홀레라는 인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다음 이야기의 빌런은 자연스럽게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전작들만큼 압도적이라는 평가는 내리기 어렵지만, 해리 홀레를 오래 사랑해온 독자라면 결국 이번 작품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해리가 또 어떤 사건 앞에 서게 될지, 그 여정을 계속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