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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불편한 편의점 - 들어주면 풀려요

 
불편한 편의점(큰글자도서)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2
저자
김호연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2.07.07

1.  저자 소개 - 김호연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2. 불편한 편의점

언젠가 예능에서 김영하 작가는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로 나와 다른 삶을 볼 수 있고 나에게는 감동적인 이야기이지만 타인에게는 그저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나와는 다른 관점을 알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게 문학작품은 살아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므로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으로 누군가에게는 반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김호연 작가의 두 번째 동네이야기인 불편한 편의점도 나의 옆집이나 누군가의 지인의 이야기인양 친근하게 다가왔다.

먼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편의점이 사건이 일어나는 주 무대이다. 지금은 과다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길 건너 한 개씩 있을 정도로 흔한 편의점이기에 배경이 주는 친숙함이 소설을 읽는 재미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이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의 묘사가 탁월해 마치 우리 동네 앞과 같은 친숙함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덩치가 큰 주인공 독고를 보며 오전 편의점 알바인 선숙은 노숙자 출신 곰탱이가 편의점에서 스무날 밤을 새우며 의성마늘 햄과 쑥 음료를 아무리 먹어도 사람이 될 거라 믿지 않는다는 독백을 한다. 덩치가 큰 독고를 보고는 곰탱이지만 의성마늘 햄과 쑥음료를 먹는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이런 위트 넘치는 문장이 소설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 준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의 주인인 영숙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현, 선숙, 편의점의 손님인 경만, 인경 등 편의점을 무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면서 소설의 진행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부산으로 향하던 영숙이 지갑 등이 든 파우치를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그 파우치를 서울역 노숙자인 독고가 습득을 하여 그녀에게 돌려준다. 비록 노숙자에 알콜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긴 하나 그의 심성이 올곧은 것을 느낀 영숙은 그에게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서 독고는 과거를 청산하는 기회를 얻는다. 영숙의 편의점에는 공무원 준비를 하는 시현이 오후 아르바이트를 백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선숙이 오전 아르바이트를 맞고 있으며 역사 교사로 정년퇴임 한 영숙 자신은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므로 편의점의 수익은 아르바이트 급여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는 겉으로 보기에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 시현은 높아진 경쟁률에 힘들어 하며, 남편이 집을 나간 선숙은 결혼생활을 실패하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아들과의 불화에 힘들어한다.. 편의점의 손님이자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경만은 성과가 신통치 않아 줄어든 용돈으로 퇴근 후의 술 한 잔을 하기 힘들어지자 편의점에서의 나름을 혼술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배우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인경은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보이나 모두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들로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의 해결에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알콜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며 말도 더듬거리면서 하는 노숙자 출신의 독고였다. 그러니까 말을 더듬는 독고가 소통을 가장 잘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다. 다음은 아들과의 불화로 힘들어 하는 선숙과 독고의 대회이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들어주면 풀린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독고는 선숙의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아니다. 그저 그녀의 힘듦을 들어준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선숙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은 것이다. 별일 없는 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별일을 겪어야 하는지는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날은 찾아오고 같은 일상을 되풀이한다.. 그러는 동안 멍들고 다친 이는 점차 지쳐가는 것을 애써 모른 척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독고와 같이 그저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나도 누군가에게 들어주는 이가 되어야겠다는 불편한(?) 생각을 하게끔 한 불편한 편의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