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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므레모사 - 새로운 형태의 다크 투어

 
므레모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여덟 번째 소설선, 김초엽의 『므레모사』.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탄탄한 구성력과 섬세한 문장, 확장된 세계관 등을 펼쳐 보이며 SF문학을 넘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초엽의 이번 신작은 2021년 『현대문학』 3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인해 출입 금지구역이던 므레모사의 첫 관광객이 된 여행자들의 사연과 예상치 못한 진실들이 평온한 듯 보이지만 뒤집힌 환상의 도시 므레모사에 투영되어 입체적으로 그려진 소설이다. 데뷔 이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장편소설 『원통 안의 소녀』 『지구 끝의 온실』, 짧은 소설 『행성어 서점』을 발표한 김초엽은 SF문학을 너머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연 대세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장애와 혐오,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에 대한 사회적 시선, 실패한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정상과 비정상의 낙인이라는 문제의식을 환상적이고 우주적인 세계로 풀어내며 대체 불가한 김초엽만의 소설 세계를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 덩굴식물이 빠르게 증식하는 폐허 도시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다 고립될 위기에 처하는 등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를 문제적 현실세계로 끌어와 독자들을 경이로운 순간으로 이끈 바 있는 그는, 이번 신작 『므레모사』에서도 환지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유안을 내세워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죽음의 땅 므레모사의 감춰진 진실과 예상을 뒤엎는 결말을 통해 독자들을 또 한 번 전율하게 한다. 유독성 화학물질의 대규모 유출 사고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이르슐의 한 도시 므레모사. 유령과 좀비의 땅으로 불리던 그곳에 초대받은 유안과 다섯 명의 방문객은 자신들이 그곳의 첫 방문객이 된 설렘을 감추지 못하지만 여행 첫날 밤, 옆방에 투숙 중인 레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유안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귀환자들을 앞세워 환대하는 므레모사에 점점 마음을 뺐긴 방문객들은 각자의 여행 목적은 잊은 채 그들의 함정에 빠지고, 유안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자 그 고통과 씨름하지만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곳’ 므레모사는 그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저자
김초엽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21.12.25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김초엽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중편소설 므레모사,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산문집 책과 우연들』 『아무튼, SF게임등을 냈다.

 

(2) 작가의 말 중에서 

팬데믹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온갖 여행 다큐멘터리와 영상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다. 그 영상들을 보며 그리워지는 건 공항 가는 길이나 호텔 로비보다 오히려, 덜컹거리는 투어 밴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순간들이다. 아침 집결지에 서의 첫 미팅, 낯선 사람들과의 합승, 어색한 시선, 불편한 자리, 밴 위에서 흔들리는 캐리어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 차 안의 갑갑한 공기, 네모난 창문 바깥으로 휙휙 변하는 이국의 풍경들. 그 순간, 그 기묘한 긴장감으로 시작되는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에서 『므레모사』는 시작되었다. (300쪽)

 

2. 므레모사

어딘가로 여행을 훌쩍 떠나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여행자체가 통제가 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웬만하면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그때에도 다양한 여행 다큐멘터리의 영상이 있어 나름 갈증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을 그것을 보고서 소설을 쓰기도 한다. 김초엽 작가의 므레모사는 그렇게 쓰여졌다. 므레모사는 생각보다 작은 책으로 분량은 크지 않지만 깊이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한쪽 다리를 잃어 의족으로 활동하는 무용수 유안은 외부와 차단되어 유령의 땅으로 불리는 이르슐의 도시 므레모사로 초대되어 방문을 한다. 유안 외에도 다크 투어리스트라고 밝힌 헬렌, 관광학을 연구하는 유지, 펍을 운영하다 망했다고만 말하는 레오, 태국에서 왔다는 기자, 끝으로 여행 유튜버인 강주연까지 모두 6명이 므레모사로 향하는 투어의 주인공들이다.

 

“비극의 장소라는 것은 실상은 다 평범하다네. (60쪽)”라고 헬렌이 말을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므레모사는 숨겨둔 비밀이 너무 많았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므레모사는 다음과 같다.

 

화재가 발생하고, 잇달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처음 몇 달간 므레모사의 거주자들은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버티던 이들마저도 이후 몇 년에 걸쳐 모두 이곳을 떠나거나, 혹은 떠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상한 점은, 떠난 이후에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100쪽)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므레모사에 어떤 일이 있었고, 일행 중 처음부터 이상한 목적이 있는 것 처럼보이는 관광객이 자신의 목적을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므레모사의 비밀을 알게 된 유안은 위기에 빠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행이 아닌 다크 투어라는 점에서 재난 여행을 다룬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과 소재가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사막의 싱크홀로 떠나는 밤의 여행자들과는 달리 가상의 도시로 향하고 플랜트와 귀환자들이 등장하는 므레모사에는 SF 요소가 더 풍부하게 있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유안과 므레모사는 서로 닮아 있었다. 그러한 므레모사를 바라 보는 유안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는 므레모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