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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 기묘한 슬립스트립 3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단요의 첫 소설집이다. 단요는 지금까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시공간 속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질서정연한’ 세계를 창조해왔다. 트리플 26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에서는 단요가 건축해온 기존의 세계관을 더 깊게 파고들어, 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해 위태롭거나 이미 무너져버린 세계의 이면에서 발견되는 현대사회의 모습,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미래를 바라보려 하는 인간의
저자
단요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24.08.30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단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다이브》 《마녀가 되는 주문》 《인버스》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목소리의 증명, 중편소설 케이크 손》 《담장 너머 버베나, 소설집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르포 수능 해킹(공저)이 있다.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다. 2024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2) 저자의 말 

나는 기술과 시장의 복합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그 복합체로서의 도시에, 도시의 주변부와 중심이 상호작용하는 방식들에 그리고 인간들이 그 도시의 부속물로 활용되는 방식들과 그 인간들의 내면에 굉장한 관심이 있다. 우주…… 누군가는 가고 싶겠지! 난 아니다. 내가 보기에 현대의 금융-기술과 인간의 내면이야말로 광막한 어둠과 무수한 돌덩어리와 물리학적 수식 이상의 신비다. (출처 알라딘)

 

2.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나와는 다른 외향적 성격을 가진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과 처음 술을 마시면서 서로 알아가고 두 번째는 친구가 되며 세 번 술자리를 한다면 죽마고우라고 할 만하다이다. 죽마고우라는 말을 남발한다고 핀잔도 주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말이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애초 싫은 사람과는 두 번째 술자리도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술자리는 아니지만 우연히 만난 한 소설을 읽고 그 작가의 소설을 찾아보는 일도 생긴다. 나에게는 단요작가가 그러한데 다이브, 인버스에 이어 이번에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을 보았다. 친구 말을 빌리면 나에게 단요 작가의 소설을 죽마고우가 되는 셈이다.

 

앞서 본 소설과 달리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은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세 편의 소설 뒤로 작가의 에세이가 이어진다. 에세이 ‘토끼-오리가 있는 테마파크’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 단편은 모두 SF로 간주될 만하지만, 나는 ‘슬립스트립’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브루스 스털리의 정의에 따르면 슬립스트립은 SF와 판타지 그리고 제도권 문학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하하며 기묘함을 자아내는 장르를 일컫는다. (158쪽)

 

그리고 그 기묘함은 세 편의 단편 곳곳에서 나타난다. 

 

(1)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먼저 첫 번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은 음주 운전 사고로 몸은 소각되고 머리만 살아 있게 된 제약회사 회장 건록과 자신과 뇌가 연결된 소년 목향이 벌인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뇌에 칩을 삽입한다는 설정이 마치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제발!

제발!’은 거듭된 전쟁을 하다 겨우 휴전협정을 맺은 미래 배경 속, 주인공은 사이비 종교 별의 인내자에 빠져 가족을 버린 누나가 남긴 막대한 유산을 받으러 종교의 본거지에 찾아간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누나를 통해 별의 안내자들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땅에서 살아야하는 나는 누나와는 달리 우주로 나아가지 못하기에 우주에 대해서는 몰라야만 하는 처지이다. 그렇기에 마술과 거짓말의 비유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마술이란 아슬아슬한 거짓말을 그저 믿음으로써 현실로 만드는 기예다. 기껏 마술사를 초빙해놓고 속임수를 알아내려는 사람은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얼간이다. (76쪽)

 

(3) Called or Uncalled

마지막의 ‘Called or Uncalled’는 나에게 가장 기묘하게 다가왔다. 어둠처럼 새카만 꽃을 피우는 기능성 유전자 개량 식물이 곳곳에 심어진 한 도시가 배경인데 그 식물의 돌연변이종이 강력한 마약 성분의 꽃가루를 퍼뜨리며 빠르게 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한 곳에 사는 주인공이 누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에세이에 있는 말처럼 세편의 단편 모두 기묘하다. 해설을 쓴 평론가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란 사실 애처로운 만큼 위태로운 허구이며, 이 허구위에 자리 잡은 실제들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테제를 공유한다. (181쪽)’고 세편의 단편의 공통점을 말하고 있다. 솔직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문장이고 해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편이나 이번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에서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에세이와 평론가의 해설을 읽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읽고 난 뒤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묵직한 것이 속에 걸려있는 느낌을 받게 되는 소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기묘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제격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