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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소설

맡겨진 소녀 - 정교하게 다듬어진 가족의 의미

맡겨진 소녀

1. 등장인물

소녀 - 화자이자 중심인물로, 사랑과 관심을 거의 받아 본 적 없이 자란 소녀이다. 소설 내내 이름이 언급되지 않으며, 이는 그녀가 이름 없는 존재에서 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킨셀라 부부 소녀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따뜻한 인물들로, 처음으로 주인공에게 진신 어린 돌봄과 존중을 선사합니다. 반면 남편 존은 말이 적고 내성적이지만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농부로 소녀에게 조용한 안정감과 우정을 준다.

소녀의 부모 소녀의 아버지는 무심하고 거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딸을 부담스러워하며 소녀를 친척 집에 맡긴다. 반면 소녀의 어머니 아이들의 수가 많고 여건이 좋지 않아 정서적 보살핌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2. 맡겨진 소녀

(1) 추천으로 시작된 한 권의 책

최근 지인으로부터 특별히 추천받은 소설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 맡겨진 소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녀의 또 다른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어린 소녀가 친척 집에 맡겨진다는 줄거리가 왜 이렇게 추천을 받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짧은 이야기일수록 함축적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망설임 끝에 책을 펼쳤다.

 

(2) 낯선 집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변화

이야기는 가난하고 아이가 많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출산을 앞둔 어머니 대신, 어린 소녀는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여름 동안 맡겨진다. 그곳에서 그녀는 집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과 배려를 처음으로 느낀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하지만 무심한 집에서 자란 소녀는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잠자리에서 실수를 한다. 그 순간 킨셀라 아주머니는 내가 실수했다며 오히려 소녀를 감싸준다. 무심하게 떠난 아버지와 대조되는 장면이 강렬히 남는다.

 

소녀는 부부의 아들의 옷을 입고, 작은 심부름에도 칭찬을 받으며 조금씩 내면적으로 성장한다. 그 짧은 여름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3) 비밀에 대한 대화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소녀와 아주머니가 나눈 비밀에 관한 대화다.

 

우물가로 가자며 장난스레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에게 소녀는 이거 비밀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렇게 답한다.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27쪽)

 

며칠 뒤, 아주머니는 피부 관리를 하며 소녀에게 이건 비밀이라고 말한다. 소녀가 비밀은 없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아주머니는 , 이건 달라. 비밀 요리법에 더 가깝지라고 웃으며 답한다마치 엄마와 딸이 사랑스럽게 나누는 대화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4) 소녀의 마지막 한마디

소녀는 여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킨셀라 아저씨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아빠.”

소녀가 왜 그를 아빠라고 불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진정한 가족이 주는 사랑과 보호를 소녀는 그 여름 동안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5) 우리와 비슷한 배경

이 작품의 배경은 1980년대 초 아일랜드 시골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온전히 신경 쓰기 어려운 바쁜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놀랍도록 닮아 있다. 전쟁 이후 먹고 살기 바빴던 부모 세대, 형과 누나가 동생을 돌보며 자라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만약 킨셀라 부부의 성을 김 씨나 박 씨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