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황보름
- 출판
- 클레이하우스
- 출판일
- 2022.01.17

1. 저자 소개 - 황보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가 있다.
2.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미카미 앤의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시리즈가 있다. 고서점을 취급하는 책방을 배경으로 고서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고서적 특히 초판본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책은 아니지만 빌게이츠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를 350억이나 주고 낙찰을 받은 적도 있다. 둘 다 희귀 서적,, 노트의 높은 가치를 반증하는 소설과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소설과 개인의 낙찰 뉴스이기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고서적에 관해 최근 알게 된 사건은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법정공방이니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책을 귀하게 여기는 민족이기에 책과 관련된 일이 많은 줄 알았으나 의외로 ‘책’이라는 소재를 다룬 소설이나 에세이는 적은 것 같다. (물론 어쩌면 책도 편식을 하면 읽은 것이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제목만 보고서는 책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에 버젓이 서점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점이 배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책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처음생각과는 다른 진행이었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이어졌기에 계속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의 마지막에 휴남동 서점의 대표인 영주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없애기로 결심을 하는 대목이다.
영주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섹션에 가면 출판시장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베스트셀러 몇 권에 의지하는 서글픈 현실. 이는 누구의 탓일까.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책을 읽지 않는 문화 속 모든 면면들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해야 할 건, 그럼에도 작은 노력을 기울여 독자들에게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것일 터였다. 이 세상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몇 권의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쓴 몇 명의 작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좋은 수많은 책, 수많은 작가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일 터였다.
세상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몇 권이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베스트셀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었기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인연이 닿았다면 언젠가는 읽었겠지만 그 인연을 만들어준 것을 소설 속 주인공은 없애려고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소설은 휴남동 서점의 대표인 영주를 중심으로 서점의 바리스타 민준, 고등학생의 아들 민철 엄마인 희주, 그 아들인 민철, 휴남동 서점에서 강의까지 하게 된 작가 승우, 커피원두를 담당하는 지미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자신만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아픔이기도, 극복해야 과거이지만 어떤 이는 휴남동 서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또 어떤 이는 그곳에서 일을 하며, 어떤 이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더 행복해지려 한다.
스포일러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기에 자제하기로 하고 대신 인상적인 구절 몇 가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민준은 이 당연한 깨달음에 약한 전율을 느꼈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 민준이 서점의 북토크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의 생각이다. 처음 사는 삶이나 불안하고 소중하고 고민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두 번째 삶을 사는 이는 없기에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저는 일을 계단 같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제일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밟고 지나가는 계단. 하지만 실제 일은 밥 같은 거였어요. 매일 먹는 밥.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 밥이요. 세상에는 허겁지겁 먹는 밥이 있고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먹는 밥이 있어요. 나는 이제 소박한 밥을 정성스레 먹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위해서요.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영주가 민준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일이 계단이 아니라 밥 같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욜로, 워라밸이 대두되면서 예전과 다르게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일을 계단으로 본다면 옆의 동료보다 더 많이 오르기 위해 다른 중요한 것을 간과할 수도 있겠지만 일을 밥으로 본다면 적당함이라는 덕목이 추가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고 맛있는 밥이라도 과하게 먹는다면 탈이 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 소설이지만 삶과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였다.
3. 더 알아보기
(1) 일본서점대상
『어서 오세요,휴남동 서점입니다』은 2024년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부분 1위를 차지하였다. 일본서점대상은 일본의 문학상(포상)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서점 대상 실행 위원회가 운영한다. 일반 문학상과는 다르게 신간을 취급하는 서점의 직원들의 투표로 후보작 및 수상작이 결정되는 상으로 책을 직접 다루는 서점 직원들의 손으로 뽑는 상이어서 그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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