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8.03

1. 저자 소개 - 김훈
1948년 서울 출생.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남한산성』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 『흑산』 『공터에서』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소설집 『강산무진』 『저만치 혼자서』,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 하얼빈
본질이 아닌 일부만을 알면서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우기는 경우를 가리켜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을 쓴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 보았는데 저마다 다른 부분을 만지고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코끼리라고 우기는 경우를 빗대어하는 말이다. 처음 보는 것이므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바탕인 된 결론을 번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나 그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좀 더 본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말이다. 그래서 조금 웃기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 때문에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읽기 시작하였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였다.’는 짤막한 설명은 한국사에서 중요한 대목이기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을 극으로 옮긴 것이 뮤지컬 <영웅>이고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오기 위해 영화 <영웅>이 만들어졌다. 인상 깊게 본 영화이기에 주위에 추천을 하던 중 알게 된 것이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소설가가 본 안중근 의사의 삶이 또 궁금해진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306쪽)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에서 따온 말이다. 흔히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등의 인물에 대해서 우리는 당연히 큰일을 할 수 있는 ‘위인’이라는 말로 그들을 다르게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난중일기나 백범일지 등에 나타난 인간적인 모습에 놀라며 그들의 삶을 한 인간으로 다시 돌아보는 것 같다. 소설 『하얼빈』에서도 젖먹이 아들을 안고 느끼는 아버지로서의 삶이며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 아들을 두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는 모습, 얼굴도 모르는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려고 결심하는 등 청년 안중근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청년 안중근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고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하얼빈』에는 영화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안중근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나 정보원 설희의 비중은 옅어진다. 특히 정보원 설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안중근과 같이 거사를 치르는 이는 우덕순으로 그는 채가구역에서 헌병에서 붙잡힌다.
다음으로 소설 『하얼빈』의 전반부를 이루는 이토 히로부미와 당시 대한제국의 왕족과 지배층과의 관계가 영화보다 상세히 잘 나타나 있었다. 특히 고종을 폐위하고 이토가 추대한 순종과 일본으로 유학을 간 황태제 이은에 대해서는 화가 나기보다 씁쓸한 면이 더 컸다. 권력은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고들 하지만 자신의 나라, 자신의 국민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배층을 볼 때면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이 이토의 저격 소식을 듣고 순종이 일왕에게 보낸 전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순종은 메이지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오늘 이토 공작이 하얼빈에서 흉악한 역도(逆徒)에게 화를 당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통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삼가 위로를 보냅니다.
순종은 전문에서 한국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차마 한국인이라고 쓰지 못하는 심정을 메이지가 헤아려주기를 순종은 바랐다. (171쪽)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의 나라의 뜻있는 국민이 했지만 그것을 흉악한 역도라도 칭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런 이도 지도자라고 순방을 갈 때 주위에서 받드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는 잘 알려진 대로 천주교 신자이다. 따라서 1910년 뮈텔 주교에 의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범한 교리상 ‘죄인’으로 남아있다 전해진다. 그것이 1993년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어른들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한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하였고, 2000년에 한국 교회가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발표를 하여 한편으로는 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정치적인 이유로 저격을 했지만 이는 사람의 도리에 반하는 행위라는 검사의 물음에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자를 수수방관하는 것이 더 큰 죄악이고, 자신의 한 일은 사람의 도리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다며 자신이 이토를 죽이려 한 까닭을 이토가 죽었기에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는 안중근의 답에서 순종의 전문에서 느낀 안타까움이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될 때 그의 외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코레아 후라(167쪽)
3. 더 알아보기
(1) 영화 하얼빈

2024년 12월 24일 영화 하얼빈이 개봉한다.
'소설 > 한국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청춘 파산 - 누군가 길 위에 내려놓아 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 주진 않았다 (7) | 2024.12.21 |
|---|---|
| 나의 돈키호테 -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었다 (2) | 2024.12.20 |
|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 - 인간은 슬픈 쪽으로만 평등하다 (34) | 2024.12.05 |
| 황금종이 - 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41) | 2024.12.03 |
| 다이브 - 어떤 문제는 누구의 잘못도 없이 생겨나고 그 상태로 남는다 (43) | 202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