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독일인이 독일에 대해 ‘재미없다’라는 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독일과 독일인의 이미지도 딱 그런 것 같다. 근면 성실하지만 재미는 없는... 거기에 더해 독일 작가가 쓴 작품은 재미보다는 진지함이 더 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최근 카르스텐 두세 작가의 『명상살인』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 그런 생각은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장르소설을 쓴 두 번째 독일 작가를 만났다.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이다.
사실 눈에 띄는 제목 덕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책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 이 『너무 친한 친구들』이 먼저 나온 책이라고 해서 먼저 보게 되었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자비로 출판을 했지만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광고도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가장 큰 난관은 어이없게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었다.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피아 키르히호프(키르히호프를 전자기학책 말고 소설에서 보니 반갑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산더, 한스 우를리히 파울리, 루카스 반덴베르크 등 낯선 이름들이 소설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 소설까지는 아니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을 빨리 익히는 것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사건은 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크론베르크 오펜 동물원에서 사람 손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순록 우리에서 발이 발견되고 곧 들판에서 남자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인근고등학교 교사이자 자연보호단체, 환경연합, 동물보호협회 등 많은 시민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근처의 도로확장건설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 한스 우를리히 파울리였다.
동료의 증언대로 사람들의 평가가 극과극 이었던 그는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때문에 주요 용의자가 재산 문제로 다투던 그의 전부인 마리아케 그라프, 도로확장공사로 끊임없이 실랑이를 벌이던 전 도시계획과장 노베르트 챠샤리아스와 그의 사위인 건설회사 대표 카르스멘 보크, 파울리 때문에 졸업시험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파트릭 바이스하우프트 등 수사가 진행될수록 늘어나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그의 파트너 피아는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살인현장인 파울리의 집에 화재가 나는가 하면 피아형사는 동물원장과 금융재벌 외아들에게 감정적으로 흔들리기까지 하면서 큰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반전도 놀랍지만 한 가지 사건에 많은 이들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미스테리에 종종 나타나는 다중인격의 캐릭터의 등장이다. 꽉 짜여진 미스터리의 후반부에 나의 속 또 다른 나가 사건을 저질렸다고 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은 없는데 후반부에 난데없이 나타나는 다중인격 캐릭터 때문에 약간 김이 빠지긴 했다. 머지않아 작가의 함정에 빠진 것을 알게 되면서 반전의 묘미를 더 느낄 수 있었지만...
이해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욕망이 비틀리고 걷잡을 수 없는 괴물로 변한다. (415쪽)
역자의 후기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지지 못해서 끊임없이 욕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괴물 같은 단편을 보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고 씁쓸하기도 하였다
소시지를 사러 오는 손님들을 보면서 책 속의 인물들을 상상하곤 한다는 노이하우스의 실제 삶의 터전이 배경 고스란히 묻어 있어 더욱 실감 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소설이 성공을 거두어 이상 남편이 파는 소시지보다 책을 많이 팔아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
'소설 > 유럽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바퀴벌레 - 벽 뒤에서, 마루 밑에서, 찬장 속에서… 불편한 진실들이 사방에서 부스럭거린다 (20) | 2024.09.06 |
|---|---|
| 박쥐 - 형사 해리 홀레의 시작점 (22) | 2024.09.04 |
| 명상 살인 - ‘누구도 이런 살인은 상상하지 못했다’ (44) | 2024.08.16 |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인간 내면의 감출 수 없는 추악한 본성 (50) | 2024.08.08 |
| 킹덤 - 요 네스뵈가 그리는 세상은 황폐하거나 곧 황폐해진다. (3) | 2024.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