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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소설

바퀴벌레 - 벽 뒤에서, 마루 밑에서, 찬장 속에서… 불편한 진실들이 사방에서 부스럭거린다

 
바퀴벌레
인기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준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 번째 소설 『바퀴벌레』. 전작 《박쥐》와 함께 해리 홀레의 청년 시절을 그린 작품이다. 그토록 젊고 뜨거우며 상처받기 쉬웠던 한 청춘의 내면이 형성되고 망가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오슬로로 돌아온 형사 해리. 상처와 상실에 짓눌린 채 영원한 안식처인 단골 술집 ‘슈뢰데르’에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경찰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를 호출한다.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가 방콕에서, 엄밀히 말하면 방콕의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국제적인 사건을 해결한 전력으로 적임자로 뽑힌 해리는 동생의 사건을 재조사할 기회를 달라는 조건으로 태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태국 형사들과 대사의 주변 인물들, 목격자들을 만나며 조금씩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데…….
저자
요 네스뵈
출판
비채
출판일
2016.08.03

1. 읽기 전에

(1) 인상적인 페이지

소설의 도입부에 있는 페이지이다. '현실은 훨씬 더 기묘하므로'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각 파트의 표지인데 실제로 바퀴벌레가 그려져 있어 더 실감이 난 것 같다. 정작 소설 속의 사건은 바퀴벌레보다 더 혐오스러웠다. 

 

2. 바퀴벌레

밝고 아름다운 것과 혐오스러운 것 중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물론 아름다운 것도 오랫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나 아무래도 혐오스럽고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것이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 네스뵈는 그의 대표작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번째로 박쥐를 선보인다. DC의 영웅 배트맨이 있긴 하지만 박쥐는 우리에게 친숙하다기보다 혐오스러운 동물에 가깝다. 그런 그의 다음 소설은 박쥐보다 한 발 짝 더 나아간다. 바로 바퀴벌레이다.

 

‘벽 뒤에서, 마루 밑에서, 찬장 속에서… 불편한 진실들이 사방에서 부스럭거린다.’ 띠자에 적힌 문구와 각 장 표지의 그림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소설의 내용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소설을 내용은 바퀴벌레와 크게 상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전편 박쥐의 무대가 오스트레일리아였다면, 바퀴벌레의 무대는 방콕이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활약을 해야 할 해리가 연이어 더운 나라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셈이다. 그것도 자신의 안방이 아닌 타국에서 혼자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방곡에서 노르웨이의 대사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에 국무장관과 외교부의 인사는 사건을 조용히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들과 경찰청장이 함께한 회의에서 해리의 상관인 묄레르에게 한 말 중 일부에 그런 의지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총리가 직접 임명한 친구이자 같은 당 동지가 사창가에서 현행범으로 발견된 사실이 밝혀지면, 총리의 신뢰에 얼마나 큰 타격이 갈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소. 게다가 살해당한 채로 말이오. (26쪽)

 

현장에 도착해서 그의 차를 살펴보던 해리는 아동성학대와 관련된 사진을 발견하고 죽은 대사에게 원한을 품은 이를 중심으로 수사를 해나간다. 외국에서 정부의 고위급인사가 살해당한 사건이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불편한 진실들이 사방에서 부스럭거린다라는 띠지의 말이 실감이 났다.

 

뭐가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집한 정보의 99퍼센트가 쓸모없는 정보예요. 다만 1퍼센트가 앞에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바짝 경계하는 거죠. (331쪽)

 

해리가 수집한 회반죽 덩어리를 보고서 그의 동료사 무엇을 하냐고 묻는 것에 대한 해리의 답이다. 어쩌면 이런 마인드로 해리는 사건에 대하여 조금씩 진상에 닿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혀 엉뚱한 인물이 범인임을 알아내고는 앞으로의 힘든 여정을 암시라도 하듯이 총과 칼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서 그를 잡는데 성공을 한다.

 

살인과 소아성애자, 이 두 가지 범죄만보더라도 읽기에 불편한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불편한 것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표현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소설 바퀴벌레시작하기 전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다. 

 

현실은 훨씬 더 기묘하므로이 말이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문장인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