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네스뵈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그의 소설인 『스노우맨』을 읽고 나서다. 그리고는 요 네스뵈, 아니 정확히는 해리 홀레의 팬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한 소설가가 복지국가로 잘 알려지고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에서 이런 스릴러 물이 인기가 좋은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이런 극단적인 소설에 관심이 가는 것일까? 아무튼 몇 작품을 아직 못 읽는 것이 있긴 하지만, 국내에 출판되는 대로 꾸준히 읽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A4지 한 장에 시놉시스를 쓰고는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설들은 대부분 600쪽이 넘는 소위 벽돌 책이라 불리는 두툼한 분량을 자랑한다. 책 두께만큼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 들은 얕게 혹은 깊게 얽히고설킨다. 주요 사건과 별로 연관이 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작가의 의지인지 출판사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2권으로 나누지 않고 한 권으로 된 책은 가지도 다니기에는 불편하지만 읽기에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학기의 교과서를 뗀 것과 같은 기분도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점도 요 네스뵈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기에 이번에 읽은 『킹덤』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일단 집고 보았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해리 홀레가 아니다. 오프가르 가(家)의 두 형제 로위와 칼이 그 주인공이다. 노르웨이 산악지대의 황무지에서 살고 있는 로위에게 어느 날 토론토에서 경영학 학위를 따고 아내 섀넌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호텔 사업을 하려고 하는 칼이 돌아오면서 사건이 전개가 된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로위와 낙후된 고향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하겠다는 칼, 어떻게 보면 사건사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들의 어두웠던 과거가 점차 드러나고 그것을 캐려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다시 그것을 덮으려는 시도도 등장한다.
책을 덮고 이 소설에 어울리는 문구를 찾았다. 책의 뒷면의 ‘뉴욕저널오브북스’의 한줄평인데, 홍보문구로 썼기 때문에 책에 호의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네스뵈가 그리는 세상은 황폐하거나 곧 황폐해진다.
그는 자비라곤 없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스릴러 소설에서는 사건사고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킹덤』에서도 로위와 칼의 부모님을 포함한 6명의 사상자가 등장한다. 다양한 살인 무기를 등장시키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는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가장 큰 무기를 등장시킨다. 그것으로 4명을 살해하고 1명을 사고로 위장한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13쪽)
로위와 칼에게 황무지의 농장을 물려준 아빠가 프롤로그에서 로위에게 한 대사이다. 왜 제목이 ‘킹덤’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농장을 자신들만의 왕국으로 삼아 살아가는 오프가르 가의 이야기이므로...
위의 말 처럼 『킹덤』은 엄청나게 황폐한 소설이다. 흐름상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불편한 선정적인 대목도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자비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작가가 그리는 이 이야기는 일상에서도 늘 해피앤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정의가 늘 승리하는 것은 아니기에 공감이 가는 것 같다. 더불어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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