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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나프탈렌 - 많은 죽음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삶

나프탈렌

 
나프탈렌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인생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백가흠의 소설 『나프탈렌』. 2011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현대문학》에 총 10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2012년 여름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전편이 낭독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늘수련원을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며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이 펼쳐진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기 직전 남편이 어린 제자와 바람을 핀 사실
저자
백가흠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12.09.14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백가흠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 《마담뺑덕》 《아콰마린,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등이 있다.

 

(2) 나프탈렌 차례

차례

 

2. 나프탈렌

어릴 적 흔히 어른들이 좀약이라고 옷장에 넣어두거나 화장실에 걸어 두곤 했던, 지금은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자취를 많이 감춰버린 것이 바로 나프탈렌이다. 하얗고 동그란 모양 때문에 아이들이 사탕인 줄 알고 먹을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섬뜩한 경고가 있는 이 승화성 물질은 걸어두면 어느새 점점 작아져 없어져버린다. 그래서인지 소설 나프탈렌에서도 죽음이 참 많이도 나온다.

 

만공산에 있는 하늘수련원과 K대학 국문과를 배경으로 딸 이양자의 폐암을 치료하러 수련원에 들어온 김덕이, 정년을 앞둔 K대학 국문과 교수 백용현과 조교 공민지, 북에서 넘어온 최영래와 수련원 인부들이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간다. 우리의 삶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것을 나타내려는 듯 각자의 인물들이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또한 그것이 인물이 바뀜에 따라 전환되고 겹쳐진다. 자칫 딴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이의 시선을 쫓아갈 수 있을 정도로...

 

앞에서 죽음이 많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하늘수련원의 원장의 노모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서 딸의 폐암을 지극정성으로 완치시키지만 자신은 위암을 얻어 세상을 떠나는 김덕이 여사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 사이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는 갈등을 해소하고 수련원에서 죽음을 맞는 백용현, 여름내 장마로 인해 소일거리로 노름을 하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부들의 이야기도 전개된다. 소설 속에는 치유, 헤어짐, 만남도 있으나 역시 중심이 되는 사건은 죽음이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개성이 넘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은 바로 백용현 교수였다. 백용현은 끔찍이도 자신의 몸을 챙기는 이로 죽지 않기 위해 젊어지길 원했으며, 죽기 싫어 좋은 음식을 먹고, 젊은 여자들을 탐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이혼한 첫 번째 아내인 손화자의 죽음은 큰 전환이 된다. 충격으로 쓰러지고 방황하면서 권위적이고 괴팍스러운 교수의 모습에서 나약한 노인으로 쪼그라드는 모습은 너무 극적이기까지 하였다.

 

특히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들은 모두가 후회되는 일뿐이라며,, 도대체 그간 살면서 이런 감정과 기억은 어디에 숨어 있던 것인지 모르겠다는 되뇌는 대목은 암흑 속에 곧 침잠되어 자신의 존재는 그냥 검은 것으로만 남겨질 거라는 그의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았다.

 

죽음과 사라짐 등을 이야기하고 제목도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프탈렌이기에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도 있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없는 상황에서 수련원에서 같이 요양을 하는 앞집 3호 남자는 쌀이 떨어져 김덕이 여사에게 쌀을 빌리러 온다. 그런 그에게 김덕이 여사는 쌀을 건네며 쌀은 빌려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많은 죽음이 나오는 소설이지만 쌀은 빌려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서 죽음이 아닌 삶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