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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한 소년의 실종 속에 감춰진 가스라이팅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십 대들의 세계로 고스란히 전이되어, 서로의 ‘첫’ 사랑을 할퀴고 상처 내도록 만들었음을 아프게 보여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는 것일까? 미스터리를 담은 플롯과 다크 로맨스적 분위기가 작가의 솔직하고 파격적인 메시지와 만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라는 문제작을 탄생시켰다. 빛이 어둠에 무늬를 새기듯 마음 깊이 묻어 놓은 무언가를 선명히 건드리는 이 특별한 이야기에 누구든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이꽃님
출판
우리학교
출판일
2023.03.14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이꽃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아이』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름을 훔친 소년』 『B612의 샘(공저)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공저), 동화 악당이 사는 집』 『귀신 고민 해결사가 있다.

 

2.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아동 학대를 당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 중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랑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을요. 자신에게 가해진 끔찍한 학대를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해서 혼낸 거라고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이 처음으로 끔찍하고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의 마지막 작가의 말 중 일부이다. 작가는 아동학대에 대한 지료를 수집하던 중 사랑해라는 말 때문에 아동학대를 학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메말라버리고 삐뚤어진 사랑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김해주라는 고등학생으로 학교도 가지 않은 어느 날 집으로 형사가 찾아온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그 형사와의 대화와 해주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형사는 해주와 함께 저수지로 갔던 정해록이라는 동급생이 실종되었다는 사건에 대하서 혜주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묻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저수지에는 새햐얀 운동화가 가지런히 물을 향해 놓여있었기에 낚시 금지 구역인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어느 아저씨의 신고를 통해 사건이 알려졌다. 그 뒤 해록이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수지로 향하는 버스와 근처 CCTV에 해주와 해록이 마지막으로 찍혀있음을 경찰은 확인을 하고 해주에게 찾아왔다. 누가봐도 해주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지만 해주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대신 저수지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일을 물어야 한다며 이건 사랑이야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한다.

 

교실에서 해록이 그녀를 쳐다보면서 주위 친구들이 미묘한 기류를 알아챈 일부터 해록과 사귀게 된 일, 그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지내면서 그녀의 친구들과 소원해진 일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는 해주는 중간중간 형사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과 해록의 사랑이야기를 이어나간다.저는요. 해록이가 원하는 대로, 해록이한테 전부 다 맞췄어요. 해록이 ‘것’이 돼야 하니까.”(85쪽)라는 말까지 하면서... 하지만 말이 길어지면 허점도 생기는 법이라 그녀의 진술과 형사가 조사해 온 사실과는 조금씩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차츰 커진 그 괴리감이 사건의 진상으로 데려가 준다.

 

앞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해주의 독백과 형사와의 대화로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했다. 그 독백이란 해주가 해록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달콤한 포장지로 싼 자기 변명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반전을 들킬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어떠한 조건이 붙지 않는 그 자체로 완성된 행위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잘못에 대하여 그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보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잘못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싸움으로 크게 번지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하면서 무언가를 바란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거래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해주는 사랑을 한다고 하지만 거래를 하는 느낌이 강하게 난 것도 그 때문이다. 메마르고 일그러진 사랑을 하는 해주에게 형사가 해주는 말이 그래서 더 와닿는다..

 

사람들은 곰팡이를 두려워하지 않아. 끔찍해하지. 한번 곰팡이를 겪은 사람들은 두 번 다시 곰팡이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때는 네 마음에 더 이상 곰팡이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사람들이 널 조금이라도 믿어 줄 때, 바로잡을 수 있을 때 바로잡아. 이에 내가 어른으로서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야, (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