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자
- 정유정
- 출판
- 은행나무
- 출판일
- 2024.08.28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정유정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핀란드, 중국, 일본, 브라질 등 해외 22개국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장편소설 《진이, 지니》 《완전한 행복》이 있다.
(2) 차례

2. 영원한 천국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는 곳으로 소설만 한 것이 없다. 현실에서는 결코 마주치면 안 될 악인(惡人)들도 미스터리 소설에서 극적 긴박감을 더해주기에 소설 속에서는 자주 등장을 한다. 악인을 잘 드러나게 그린 소설을 쓴 작가들은 『악의 교전』의 기시 유스케, 『모방범』의 미야베 미유키, 『홀리』의 스티븐 킹 등 많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미스터리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악인을 잘 묘사한 작가들로 난 단연 정유정 작가를 꼽는다. 『7년의 밤』, 『28』, 『완전한 행복』 등 각 소설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잘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영원한 천국』에 관해서는 독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았다.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 읽은 『영원한 천국』 앞서 언급한 전작과는 궤를 달리한 내용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참 이상한 힘을 가진다. 그러하다,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 (175쪽)
주인공 중 한 명인 해상과 관련하여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과는 별개로 읽기 전에 부정적인 글을 너무 많이 봤던 것인지 나도 어느 정도 선입견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읽고 나서 생각을 해보면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28』 보다는 몰입감이 떨어지긴 했다.
『영원한 천국』은 해상의 롤라, 경주의 삼애원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이로서 주인공은 이해상과 임경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해상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동물학자이자 프로그래머로 박제이의 연인이다. 임경주는 의료사고로 병원을 그만둔 물리치료사로 자신으로 인해 동생이 사망했다고 자책하며 노숙자들의 재활시설인 삼애원의 경비로 들어간다. 그 둘과 연결되는 박제이는 프로그래머로 경주와 함께 삼애원의 경비로 들어가게 되는 인물이다. 그밖에 삼애원의 텃줏대감인 베토벤과 랑이 언니, 한기준 경비팀장, 고라니(목소리가 고라니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계속 고라니라고 불린다) 관리팀장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삼애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과 해상과 제이에게 일어난 일들이 번갈아 진행된다.
모두 평등하고, 뭐든 할 수 있고,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 영원한 천국에 산다면 …… 인간은 과연 평화로워질까? (521쪽)
『영원한 천국』 마지막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런데 저자가 설정한 세계, 영원한 천국은 가상 세계였다. 가상 세계인 ‘롤라’에 업로드가 되는 것. 그것이 영원한 천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 티켓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을 뿐…. 가상 세계라는 그 동안의 소설과 다른 설정을 제외하면 『완전한 행복』에서 다루었던 욕망인 ‘행복’을 이번에는 ‘평화’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가상세계라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가장 중요한 플롯이기도 하다. 가상 세계와 천국, 평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원한 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하얗고 꼬불꼬불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가지고 있어 경주가 베토벤이라고 부르는 삼애원의 노인과 대화였다.
베토벤은 코웃음으로 내 말을 받았다.
"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고 싶을 것 같았다. 다 안다면 과연 열렬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열렬하게 산다는 건 내가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 존중마저 없었다면 나는 험상궂은 내 삶을 진즉에 포기했을 터였다. (273쪽)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 열렬하게 산다는 경주의 태도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7년의 밤』, 『28』 등 그동안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많은 작가이기에 『영원한 천국』에서 조금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유정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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