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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모우어 - 홀로 버텨야 하는 그 경계에서 조금은 덜 외롭게 할 이야기 8편

모우어

 
모우어
펭귄 랜덤하우스와의 억대 선인세 계약(『천 개의 파랑』)이라는 놀랍고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문학의 위상과 해외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역시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작가가 되리라 기대된다. 『모우어』는 『노랜드』 이후 2년 만에 묶는 소설집으로 미발표작 두 편을 포함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쓴 단편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외계 존재 진압에 투입된 어린아이들부터 비범한 능력이 있는 십대 청소년, 장의사 안드로이드, 포스트
저자
천선란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4.11.15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천선란

2019년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중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 연작소설 이끼숲, 산문집 아무튼, 디지몬등이 있다. 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2) 차례

차례

 

2 모우어

표지의 '천선란 소설'이라는 문구만으로 장편 소설인 줄 알았던『모우어는 최근에 발표한 여섯 편과 미발표작 두 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여덟 편 중 얼지 않은 호수뼈의 기록’, ‘서프비트이렇게 3편을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1) 얼지 않은 호수

마치 혼자 미 대륙을 횡단하다 결국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바다에까지 도달하는 호칸의 여정을 그린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가 생각나는 얼지 않은 호수는 모든 것이 얼어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방랑 중 눈보라로 위기를 맞지만 머리뼈에 심긴 칩으로 인해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산양 의 도움을 받고 폴과 함께 살아간다. 그런 곳에 친구의 심장을 품고 다니는 야자라는 이름의 아이가 등장한다. 다정하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야자를 보고 그녀는 생각한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도록 익은 살은 회복도, 재생도 되지 않는다. 이 빙하 속에서 유일하게 치유되지 않은 화상인 셈이다. 한 사람의 다정함에 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설산에서 화상 입은 몸을 끌어안고 사는 것. (22쪽)

 

한 사람의 다정함에 덴다는 표현이 좋다. 게다가 야자는 곰가죽을 입은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곰가죽을 입은 사람은 그녀였다. 이 때 그녀에게 건네는 야자의 말도 인상적이다.

 

그가 우리를 보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밝혔어요. 이름을 알면 그때부터 각별한 사이가 되어버려요. 왜냐하면 그 사람이 영영 사라져도 그 사람을 부를 수 있는 단어는 평생 사라지지 않잖아요. (24쪽)

 

어쩌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2) 뼈의 기록

뼈의 기록은 장의사 안드로이드인 로비스의 이야기이다. 죽은 이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장의사로 병원의 미화원인 모미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 중 아름다움에 관한 대화 중 일부이다.

 

- 누군가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지.

모미는 로비스가 만든 나비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 그림자로는 모든 나비가 똑같아 보이는 동일성.

……

그런 저에게 아름다움은 뼈와 같습니다.

뼈?

네. 뼈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르며,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22쪽)

 

동일성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모미나 불가능성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로비스나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이 독특해서 인상적인 대화였다.

로봇의 수명보다 짧은 인간이기에 로비스와 모미의 대화는 모미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그런 모미의 마지막도 로비스가 함께 한다. 어린 시절 화상을 힘들어 한 모미를 기억한 로비스가 모미를 화장하지 않고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우주로 보내주는 결정을 한다. 프로그램이 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판단한 로비스가 이를 도와준 군인 첼에게 그러한 판단을 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거부할 수가 없어서. 몸은, 거부할 수가 없으니까, 마음이 시키면.” (142쪽)

 

(3) 서프비트

서프비트는 영화 ‘X 이 연상되는 초능력을 가진 미다스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영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HOUSE’에서 도형을 만난다. 돌아갈 곳이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도형은 보육원 골목에서 온 아이이기에 돌아갈 곳이 없다. 어둠이 소용이 없는 시야를 가졌지만 갈 곳이 없는 도형이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그런 도형과 함께 살게 된 주영은 학교에서 남매로 불리며 여타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살아간다.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도형의 사고가 찾아온다. 갑작스런 사고로 도형을 떠나보낸 슬픔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는 오래도록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엄마도 슬프구나. 잔나처럼 이도영을 아들이라고 불렀었는데, 이동영이 정말 아들이 되었던 거구나. 슬픔이 포개져 우리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바라니 불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있었을지도 모른다. (177쪽)

 

이런 도형의 사고에 알려지지 않은 미다스인 유태이가 관련 있는 것을 알게 된 주영은 진상으로 다가가면서 이런 능력을 오용하는 어른의 탐욕에 도달한다. 어른들의 추악한 탐욕과 그곳에서 빠져나오려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가 씁쓸하게 그려졌다.

 

이밖에도 외계의 존재에 대적하기 위해 몸집이 작은 아이들밖에 갈 수 없는 그 너머로 가는 과정을 그린 너머의 아이들이나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을 통해 가상세게에서 잃어버린 언니를 만나는 과정을 그린 쿠쉬룩’, 의식 전이를 당해 원치 않는 범죄에 행위자로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인 입술과 이름의 낙차도 흥미로운 전개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표제작인 모우어는 나에게 조금 어려운 소설인 것 같다. 언어를 포기하고 머릿속으로 떠올린 말인 의음(意音)으로 소통하게 된 세계에서 살던 초우가 소리에 반응하는 모우라는 아이와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의사소통의 방법인 언어를 독특하게 만든 또 다른 소설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속의 신인류 누스가 사용하는 2차원의 언어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주인공들만의 언어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사과가 말했어도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소설집을 소설로 봐서 처음이 조금 삐걱거린 모우어였지만 재미있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몇몇의 이해가 어려운 소설로 인해 개인적으로 실린 모든 단편이 다 재미있다고 지인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게 본 3편의 단편 소설만으로 충분히 주변에 권할 수 있는 모우어인 것 같다. 야구에서도 3할이 넘는 타율이면 손에 꼽을 수 있는 우수한 선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