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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작별인사 -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작별인사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김영하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잠실의 신천중학교와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2) 작별인사 차례

차례, 출처 알라딘

2. 작별인사

작별 인사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는 최신형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철이의 이야기이다. 철이는 평양의 휴먼매터스 랩에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선택을 연구하고 있는 최진수 박사와 데카르트, 칸트,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이 중 데카르트는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고양이 로봇이다.

 

연구소 밖은 위험하다는 아빠의 말을 무시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핑계로 우산을 가지고 아빠 마중을 나간다. 갑자기 내린 비는 역시 갑자기 그쳤지만 갑자기 만난 정부 인사들에게 무등록 휴머노이드라는 말을 듣고 수용소로 끌려간다. 꿈도 꾸고 음식을 섭취하며 배설도 하기에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철이는 수용소에서 민이와 선이를 만난다.

 

선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 개에게 물려 손이 하나 없는 휴머노이드 민이는 인도에서 만들어졌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선이의 말에 따르면 주문자가 좋아하는 아역배우의 얼굴을 가진 민이는 아이를 기르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졌고 그들의 즉흥적인 애정은 금방 식어 이리저리 방치되다 결국 이곳 수용소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입양되었다 파양 되는 반려동물이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반면 나중에 밝혀지지만 선이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상업적인 이유로 인간 배아를 복제해 클론을 만들어내는 브리더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 손을 잃어버린 민이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민이, 선이와 수용소에서 지내던 철이는 수용소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위기감을 느낀 다른 휴머노이드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고 마침 수용소에 침입한 민병대의 눈을 피해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빈집에서 TV의 리모컨을 누르는 바람에 자신들의 위치가 발각되고 곧이어 쫓아온 드론과 검은 제목을 입은 이에게 민이가 파괴된다. 이에 선이는 민이의 머리를 들고 그를 되살리려 마음을 먹는다. 이때 재생 휴머노이드 달마가 등장한다.

 

달마는 철이에게 검사를 권하고 그가 휴머노이드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민이를 되살리려는 선이의 의견에는 반대하며 이런 말을 한다.

 

임계점을 넘어가는 극한의 고통은 나중에 그 어떤 기쁨이 주어지더라도 장부상의 숫자처럼 간단히 상계되지 않습니다. (149쪽)

 

그럼에도 달마는 백업과 함께 민의의 의식과 기억을 복원하기로 한다. 민이가 복원되는 동안 철이는 몸속에 내장된 통신장치를 통해 아빠와 연결되고 철이를 되돌려 받기 위해 소송까지 하고 있던 최박사는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동안 새로운 세상을 보고 기계들의 진화를 느껴 자신이 만들었으니 자신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 반기를 드는 철이와 옥신각신하는 틈에 기동타격대가 들이닥쳐 그곳의 휴머노이드를 모조리 파괴한다. 이때 철이도 같이 파괴된다.

 

몸이 사라진 철이는 고양이 데카르트에 자신의 의식을 백업한 뒤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다 아빠의 밑바닥을 보고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아빠와 결별한 철이는 한 동안 순수한 의식으로 지내다 인간의 멸종을 목도한다. 철이가 바라본 인간의 멸종은 섬뜩하리만큼 현실적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뇌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제공하였고, 그들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번거로운 번식의 충동과 압력에서 해방되어 일종의 환각 상태, 가상세계에서 살아갔다. 오래전 중국의 도가에서 꿈꾸었던 삶이 인간에게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신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멸종해버렸다. (268쪽)

 

그 뒤 몸을 되찾은 철이는 선이를 만나러 가고 그곳에서 선이의 죽음을 함께한 뒤 오랜 시간 흘러 자신의 의식이 떠나감을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휴머노이드, 즉 로봇이 나오는 SF소설 같으나 결국 인간이 무엇인가를 묻는 소설인 것 같다. 아직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철이와 함께 탈출하던 중 겨울 호수를 보며 하는 선이의 말과 자신을 만든 아빠와 결별하며 의식으로만 살아가던 철이의 말에서 그 힌트를 찾아본다.

 

그냥 얼음과 물일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135쪽)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 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 주었다. (276쪽)

 

같은 안녕이라도 작별할 하는 인사보다 만날 때 하는 인사가 더 좋은 것을 보니 아직 나는 휴머노이드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