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유정
- 출판
- 은행나무
- 출판일
- 2021.06.10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으로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쉽게 말해서 부동산, 자동차 등 필요는 하지만 꼭 내가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요즘은 당근으로 대표되는 중고시장도 활성화가 되어 소유라는 개념이 예전보다 많이 헐거워진 느낌이 든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의 끝 무렵 유나는 언니 재인에게 “또 내 것에 손을 댔단 말이지.”라고 중얼거린다. 대화가 아닌 스스로 결론을 내고 말하는 일종의 통보로 유나의 성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에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대사 중에서 가장 섬뜩하게 다가왔다. 또다시 자기 것을 탐했기에 그녀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기 커졌기에 재인을 바로 해하지 않고 그에 걸맞은 무대를 준비하려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릴 적 유나는 부모님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할머니 댁에서 2년을 보내게 되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모든 사이코패스는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스트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유나를 그리고 있다. 유나는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의 구분이 명확하여 자신은 타인의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것은 타인에게 주지 않는 심지어 자신이 가지지 못한다면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유나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반달늪이 있는 시골집을 처분하지 않는다. 소설도 시골집에서 유나가 오리의 밥을 만드는 것을 딸 지유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언니 재인에 대한 유나의 일그러진 분노였다. 유나가 재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도둑년’일정도로 말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 도둑질이기에 애초에 자신의 것도 아닌 건데도 유나는 언니가 자신의 것을 빼앗았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유나는 재인의 것을 눈 깜짝하지 않고 취하곤 한다. 그것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마치 그것이 원래 자기 것 인양...
‘완전해 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행복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다’는 유나의 말에 ‘행복’이라는 것이 꼭 내 것과 타인의 것을 구분 짓고 소유를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유나는 행복에 대한 정의도 독특했다. 유나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112쪽)
혹자는 은호처럼 행복이 덧셈이라고도 한다. 그와 같이 행복을 하나씩 더해간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또 다른 혹자는 행복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고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곱으로 돌아온다고도 한다. 모두 다 수긍이 가지만 유나와 같이 뺄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동의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것에 대한 구분이 확실한 유나이기에 행복에 대한 구분선도 확실할 것 이에 그 완전한 행복이 어디까지인지는 저 말로만으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유나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지만...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이과적인 생각으로도 유나의 행복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동의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산수에서 수학으로 넘어가는 첫 번째 단계가 음수(陰數)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무조건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야만 했었으니까. 그렇지만 음수는 숫자 자체가 크더라도 앞의 마이너스(-) 부호 때문에 전체적인 수는 그만큼 작아지는 수이다. 그렇다면 유나의 완전한 행복은 엄청 작거나(유나의 성격상 이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무한대(∞)이어야 하는 데 무한대는 수가 아니므로 무한대에서 아무리 뺄셈을 해봐도 그 값은 무한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두 개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스릴러 소설이지만 읽고 나서는 소설의 내용보다 ‘행복’과 ‘완전함’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된 것 같다. 재미로 읽기 시작했지만 재미로만 끝나지 않고 생각거리를 잔뜩 던져 주었다. 이 또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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