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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나인 - 강한 힘을 가지면 그런 선함도 함께 깃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

 
나인
재미와 감동을 전 세대에 전하는 소설Y 시리즈가 새로운 K-영어덜트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지평을 넓히는 이번 시리즈의 두 번째 권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나인』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평범한 고등학생 ‘나인’이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숲의 속삭임을 따라 우연히 2년 전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나인은 친구 미래, 현재, 승택과 함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는 나인과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와 참신한 상상력, 속도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모두 갖춘 이 특별한 소설은 천선란 작가의 찬란한 성취로 기억될 작품이다. 어른들의 목소리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는 나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용기라는 풀잎이 쑥 자라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천선란
출판
창비
출판일
2021.11.05

 

 

1. 나인을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천선란

2019년 ‘브릿G’에 『무너진 다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중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등이 있다.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대상, 2020SF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2) 작가의 말

개인적으로 책은 처음부터 읽는다. 따라서 작가의 말이나 에필로그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는 편이다. 천선란 작가의 나인도 그랬다. 하지만 나인은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책의 끝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뒤틀린 어른이 뒤틀린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자라 뒤틀린 어른이 되어 다시 뒤틀린 아이를 만드는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온전한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 되기 전에 상처와 슬픔이 무기가 되어 또 다른 출혈을 일으키는 세상으로 향하지 않도록. 그런 마음으로 썼다. (425쪽)

 

2. 나인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손끝에서 새싹이 피어나고 식물들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혼란스러운 유나인이 주인공이다. 나인은 고등학생으로 선연산 남쪽의 황무지에 ‘브로멜리아드’라는 화원을 지어 운영하는 유지 이모(소설에서는 줄여 지모라고 한다. 요즘은 뭐든 줄여 말하는 시대이니까)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는 신미래와 강현재라는 절친이 있으며 그들은 어려서부터 쭉 함께 자라 여러 가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나인은 자신이 최근에 겪은 손에서 새싹이 자라거나 식물의 말이 들리는 것은 공유할 수가 없다. 자신도 혼란스러우니까. 그런 나인에게 승택이라는 나이의 정체를 알려주는 동급생이 나타난다. 이제 이 책의 주인공들이 다 모였다. 이제 그들 앞에 사건이 펼쳐진다.

 

나인이 다니는 학교에는 2년 전 실종된 박원우라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평소 외계인을 만났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녀 주위 평판이 좋지는 않아 박원우의 아버지 외에는 경찰조차도 단순 가출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박원우의 행방을 선연산의 식물들이 나인에게 알려준다. 사실 나인과 승택은 사라진 리겔리라는 행성에서 온 누브족으로 땅에서 ‘피어난’ 종족이다. 즉 외계인이다. 특히 나인은 능력이 출중하여 식물의 목소리를 더 잘 들었던 것이다. 지모는 이 사실을 알려줄 날을 미루다 결국 승택에게 듣게 되는 나인은 혼란스러워 하지만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고 박원우 사건에 매달린다.

 

외계에서 온 종족이기에 인간의 규칙을 따르며 그들의 삶을 어지럽히지 않고 그저 숨어 살아가는 누브족이기에 승택은 그런 나인이 염려스럽다. 하지만 나인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이유를 두지 않는다. 그런 나인을 보며 지모는 생각한다.

 

강한 힘을 가지면 그런 선함도 함께 깃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 인과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지모는 후자이기를 바랐다. (293쪽)

 

뒤틀린 어른들에 의해 영원히 잊힐 뻔한 사건이 나인의 일행에 의해 밝혀지며 소설은 끝이 난다. 끝까지 사건을 해결하려는 나인의 용기도 놀라웠지만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그 존재 자체를 믿고 같이 사건을 해결한 현재와 미래도 대단해 보였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친구는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이기에 나를 온전히 이해할 진정한 친구가 한 명이라고 있으면 잘 살았다고 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인은 아주 잘 살아온 것 같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고백을 해도 끝까지 자신을 믿고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둘이나 있기에...

 

나인은 외계인인 누브족이 등장하지만 SF 소설이라 하기에도, 한 학생의 실종을 다루고 있지만 미스터리 소설이라 하기에도 조금 애매해 보였다. 그냥 따뜻한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3. 같이 읽으면 좋을 소설

(1) 파견자들- 김초엽

지상을 점령하고 있는 범람체에 노출이 되면 자아가 해체되고 자신의 현실을 잊어버리게 되는 등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광증이 발현하여 지하도시에 모여 사는 이들이 중 지상의 임무를 수행하는 파견자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 정태린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나인과 같은 외계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인간과 다른 종족과의 갈등, 화합 등을 그리고 있는 SF소설이다.

 

(2) 포틴- 이시다 이라

조로증에 걸린 백발의 소년, 섭식장애를 겪는 소녀, 허황된 꿈을 꾸는 연예인 지망생, 원조교제 여고생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14살 중학생들이 친구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외계에서 온 존재임에도 끝까지 믿어주는 친구가 있는 소설 속 나인과 비슷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