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한국소설

파견자들 - ‘나’라는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파견자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며,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이가 있었기 때문에. 태린은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는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저자
김초엽
출판
퍼블리온
출판일
2023.10.13

 

 

1. 파견자들을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김초엽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중편소설 므레모사,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에세이 책과 우연들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젊은작가상,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2) 지구 끝의 온실과 비교

인류에게 유해한 더스트가 내려앉은 지구에서의 삶을 그린 지구 끝의 온실과 마찬가지로 파견자들도 지하로 내몰려져 개척하게 된 지하도시 라부바와가 그 배경이다. 두 편의 소설모두 삶의 터전을 잃은 인류가 주인공이다.

 

2. 파견자들

파견자들의 주인공은 정태린으로 지상의 임무를 수행하는 파견자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이다. 그들이 지하도시에 모셔 사는 이유는 지상을 점령하고 있는 범람체 때문인데 범람체에 노출되면 지하 도시 사람들은 광증이 발현된다. 자아가 해체되고 자신이 이 현실에 있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는,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광증은 지하도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광증이 발현되면 로봇들로 인해 어디론가 끌려가 격리된다. 태린 외에도 그녀의 친구인 선오도 등장하고 그녀의 보호자 격인 이제프 파로딘이란 파견자도 등장한다.

 

파견자가 되고 싶은 태린은 파견자 시험에 응시를 하고 자신의 쏠이라고 이름을 붙인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시험을 치른다. 파견자 시험을 치르는 태린과 많은 수험생에게 이제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파견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파견자가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이라는 것은 소설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공감이 갔다.

 

큰 사고를 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견습 피견자가 되어 지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태린은 늪인을 만나고 범람체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태린의 말인 그들과 나는 …… 다르지 않아는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파견자들은 지하 도시의 사람인 태린이 지상으로 올라와 그들과 다른 생명체를 만나고 그들에 대해 인식이 바뀌어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지하에서 통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과 머릿속에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태린을 볼 때면 영화 이퀼리브리엄과 마녀가 생각이 났다. 아마 소설의 세계관과 영화의 세계관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인구수가 격감한 인류가 리브리아(Libria)라는 통일 정부를 세우고 그 통제 아래 감정을 배제하는 약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 마녀는 유전자가 조작된 어린아이들이 키워지고 있는 특수 시설에서 탈출한 한 소녀가 자신에게 필요한 약물을 찾기 위해 다시 시설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런 영화처럼 파견자들도 영상으로 옮겨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린이 지상으로 파견을 나가 호숫가 근처에서 만난 늪인인 스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한다. 이 삶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야 해.”

 

이 삶을 선택하진 않았지만 살아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스벤의 입을 빌려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3. 읽고 나서

(1) 인상적인 문장 들

● 원하면 원할수록 지표면은 손 아래에서 닳아갔다. 태린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는 지상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지상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 지상을 쫓는 사람을 갈망하는 것일까.

가본 적도 없지만 이미 손안에 들어온 행성이 눈앞에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말려들 때마다 태린은 지구본을 돌렸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상에도,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렇게 쉽게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한다. 이 삶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야 해.”

●  그들과 나는 …… 다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