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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인버스 -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이 된다면 내 행복은 나쁜 걸까?"

 
인버스
물에 잠긴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성장소설 《다이브》로 주목받은 신예작가 단요가 이번엔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찾아왔다.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가난을 피해 돈이라는 욕망을 좇아 내달리는 스물셋 청춘의 이야기다. 하이퍼리얼리즘에 걸맞게 이야기에 등장하는 시장 상황과 수치가 모두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극에 흥미를 더한다.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아버지의 사업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잘 풀렸던 적이 없다. 돈의 부재는 가정을 메마르게 했고, ‘나’를 언제나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설사 가드레일을 들이박는 한이 있더라도 천천히 달리기보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돌진하겠다며 위험도 높은 해외선물 인버스에 투자하기로 한 그녀의 최종 목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래오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사는 것. 그러나 그 소박한 꿈 하나를 위해서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불법 대여계좌 업체 사장에게 빌린 돈으로, 누군가의 실패가 나에게 수익이 되는 인버스에 투자하며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하는 이 투자기에는 묘한 박진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내내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의 순수성은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치열한 분투는 과연 그녀를 구원해 줄까? 그래서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살 수 있게 해 줄까?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등 돈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고, 돈이 미덕이 된 세상을 속수무책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저자
단요
출판
마카롱
출판일
2022.12.21

 

1. 인버스를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단요

사람 한 명과 함께 강원도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이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즐겨 쓴다. 청소년 성장소설 다이브를 썼다.

 

(2) 선물거래

선물(futures) 거래란,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것이다. 선물의 가치가 현물시장에서 운용되는 기초자산(채권, 외환, 주식 등)의 가격 변동에 의해 파생적으로 결정되는 파생상품(derivatives) 거래의 일종이다.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를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변동 위험의 회피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시사경제용어사전, 2017. 11., 기획재정부)

 

2. 인버스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애플리케이션의 작동법을 알아보고 사용하지 그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프로그래밍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빠진 몇몇은 그것을 생각하면서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그 어플리케이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것이다.

 

주식시장의 한 상품인 ‘인버스’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옵션 등으로 인하여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하락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상품임을 파악하고는 하락장에 대한 대응으로 거래를 한다.

 

그러한 상품에 레버리지라는 배수가 더해진다면 적지 않은 자금으로 큰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펼쳐지는 장이 선물시장이다. 단요 작가의 인버스는 그러한 선물거래를 하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정의의 편이 되기에는 양심이 부족하고 악당이 되기에는 겁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인 희비극에 실컷 도취되기에는 또 자기객관화가 잘됐다 (36쪽)

 

밥을 굶은 적은 없지만 학원비를 낼 돈은 없는 집에서 자란 그래서 돈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23살의 나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인물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주인공인 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시세를 예측하여 그것을 팔고 사는 해외선물시장에서 나름의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갈증이 있는 나는 ‘설사 가드레일을 들이박는 한이 있더라도 천천히 달리기보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돌진’하겠는 생각으로 위험이 높지만 보상도 큰 해외선물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해외 선물시장에 발을 들여 학교에서는 제적으로 당하고 한때 계좌가 48000만 원까지 불어났지만 한순간 오피스텔 보증금을 제외하고 1200만 원이 남아 자신의 그렇게 나가고 싶어 했던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고는 불법 대여계좌 업체 사장에게 빌린 돈으로, 누군가의 실패가 나에게 수익이 되는 인버스에 투자를 다시 시작한다.

 

국내외의 주식시장과는 달리 1시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한 23시간 동안 거래가 가능한 선물시장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세를 바라보는 심정과 그에 대한 쾌감과 좌절 등이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정작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그에 따른 욕망에 대해 그리고 있는 대목이었다.

 

소설 인버스의 인트로를 지나고 만나는 첫 장의 문장이다.

 

성경의 바벨탑은 진흙 벽돌로 만들어졌다. 나스닥과 비트코인과 크루드오일의 시세는 붉고 파란 봉으로 지은 탑이다.

(11쪽)

 

어쩌면 붉고 파란 봉으로 지은 탑은 현대인의 바벨탑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태초에 욕망이 있었다. 더 높은 것을,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사람이 그 무규칙하고 사나운 성질을 두려워하여 인과를 만들어 냈다. 인과는 책임과 비례성을, 한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명의 시작은 천벌과 같은 사건이었다. …… 모든 명분과 당위는 욕망을 속여 가두기 위한 게임이다. (247쪽)

 

왜 소설의 부제가 '욕망의 세계'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안정된 삶을 위해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는 나는 인버스와 선물의 매도로 돈을 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락장에서 돈을 버는 구조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돈을 잃을 때 나는 돈을 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한 욕망에 관한 문장들이 더 다가오는 것 같았다.

 

유럽 주식시장에서 활동한 대가 중 한 명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젊은 시절 역시 하락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 공매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슬퍼할 때 자신만이 돈을 버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공매도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결국 이것은 책의 뒤표지에 있는 질문과 귀결된다.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이 된다면 내 행복은 나쁜 걸까?"

 

아직 이 질문의 답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