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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소설

레드브레스트 - 이 세상에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은 천사도 있는 거야

 
레드브레스트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요 네스뵈가 전하는 북유럽의 서늘한 공포 『레드브레스트』. 인기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가장 작품성 높은 타이틀로 꼽힌다. 2000년을 배경으로 한 현재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의 과거를 빠르게 넘나드는 전개 속에서, 역사의 깊은 상처를 통해 인간에게 죄와 벌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가시를 삼킨 새의 전설과 붉은 가슴을 숨긴 채 해리 앞에 나타난 노인들, 그리고 진홍가슴새로 불리던 한 남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노르웨이의 슬픈 역사가 휘몰아친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 사회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폭로한다. 곳곳에 심어놓은 암시들, 거듭되는 반전, 매끈한 플롯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 생생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저자
요 네스뵈
출판
비채
출판일
2013.03.10

 

1. 읽기 전에

(1) 작가의 가정사

레드브레스트는 작가인 요 네스뵈가 개인적으로 가장 잘 썼다고 평하는 소설이다. 아마 자신의 가정사를 소설 속에 녹여내어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요 네스뵈는 열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나치군이었다는 사실을 듣고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당시 정치 경제적인 상황과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 많이 녹아있다.

 

(2) 오슬로 삼부작

레드브레스트를 시작으로 해리의 진정한 무대인 오슬로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다음 편인 네메시스, 데빌스 스타와 함께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리며 소설의 첫 장에 오슬로 중심지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다.

 

츨처 yes24

2. 레드브레스트

아직 아침 9시도 안 됐는데 해리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팠다. 엘렌이 프린스에 대해 뭔가 알아내야 할 텐데. 아무것이라도. 만약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거기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328쪽)

 

684쪽의 분량을 자랑하는 요 네스뵈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레드브레스트의 일부이다. 다른 소설이라면 끝이 났을 지점에 이 작가는 출발점이 될 거라고 한다. 한 손에 들기도 힘든 책이지만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레드브레스트는 해리가 활약하는 2000년대와 제2차 세계대전이 한 창인 1940년대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이어진다. 아니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벌어진 일을 6060여 년이 지난 때 돌려받으려는 죽음을 앞둔 한 노인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와중에 저격용으로는 최고의 살상력을 자랑하는 라이플이 노르웨이 내로 밀반입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 해리가 그 사건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사건이 이어지게 된다.

 

독일인도 아니지만 나치 독일군의 입장에서 소련군과 대치하는 부분이라든지, 이민자를 살해하려고 하는 한 극우 범죄자의 이야기 등 어쩌면 읽기에 불편한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 전작 바퀴벌레에서는 소아성애자라는 범죄를 이용하더니 이번에는 정치적으로 민족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은 사안을 다루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하나는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이 세상에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은 천사도 있는 거야. (520쪽)

 

신의 심판자라 칭하는 노인이 복수를 하면서 하는 말이다. 밀반입한 거대한 저격 총으로 이미 몇몇의 살인을 저지른 상황이고 곧 그의 마지막 암살대상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치닫는다. 뿐만 아니라 해리는 앞으로도 마음을 주게 되는 라켈이라는 여인을 만난다. 범죄자를 처단하거나 술을 마시면 검투사같이 변하는 해리가 그녀가 올레그라는 남자와 함께 산다는 말에 시무룩해지는 모습은 재미있기까지 했다. 올레그는 그녀의 여섯 살 난 아들이다. 앞으로 라켈과 올레그는 다양하게 등장한다.

 

암살과 전쟁 등 레드브레스트에는 적지 않은 요소가 얽혀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Part 5 일곱 날’이었다. 막무가내 같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해리 홀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었다. 처음에 언급한 대목에 등장하는 엘렌은 해리의 동료인 여형사였다. 그리고는 프린스의 정체 알게 되어 살해당한다. 프린스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한 것인지는 레드브레스트에서 언급이 되지만 해결은 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렇기에 프린스에 대해서는 엘렌의 사망과 관련된 자까지로 언급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엘렌이 사망하기 전 그녀는 해리에게 전화를 했으나 국가정보부로 승진을 한 해리를 위한 파티에서 라켈과의 만남을 가져 미처 그 전화를 받지 못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된 해리는 엘렌의 집 전화기에 매일 전화를 걸어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이 일곱 날의 내용이다. 다른 장에 비하면 분량도 적지만 다음의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해리는 매일 전화를 걸어 경찰청에서 일어난 일하며 엘렌의 장례식과 같은 공식적인 일뿐 아니라 라켈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일, 엘렌이 키우는 새를 맡기로 했다는 사적인 일까지 매일 하는 대화처럼 이어나가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였다.

 

“텔레노르(노르웨이 통신회사)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전화하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401쪽)

 

의지하는 동료를 잃어버린 했지만 해리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60년도 더 지난 인연들에 관심을 두고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레드브레스트에서는 해리의 추리가 직접적으로 해결하진 않고 노인이 남긴 노트로 얽힌 실타래가 풀리긴 하지만 그 와중에서 해리의 번뜩이는 추리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2000년도 소설이니 지금과는 세월이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불과 한 두 세대 전에 일어난 세계대전과 현재의 사건을 이어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슬로를 처음으로 무대로 한 소설이지만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를 미리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복선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레드브레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