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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호수의 일 -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호수의 일

1. 읽기 전에

(1) 저자 소개 - 이현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이어 가고 있다. 동화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악당의 무게』 『플레이 볼』 『조막만 한 조막이』 『연동동의 비밀』 『오늘도 용맹이,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호수의 일』 『라이프 재킷등을 썼다. 전태일문학상, 창비 좋은 어린이책원고 공모 대상,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고, 푸른 사자 와니니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2) 차례

차례, 출처 알라딘

 

2. 호수의 일

흔히 10대는 꿈을 꾸는 시기라고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10대 특히 그들의 정점인 고등학생의 삶은 그리 녹녹지가 않다. 대학 입시라는 명목아래 등급으로 살아가는 고등학생에게는 꿈과 미래를 그려보기는커녕 잠자는 시간조차 줄여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태곳적이래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고등학생들은 그들만의 문화, 놀이 등으로 그들의 청춘을 즐기고 있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나도 그랬고 지금의 학생들도 분명 그럴 것이다.

기존 세대들이 만든 룰은 모든 것이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실패하는 것도 아니기에 학생 신분에서는 그것을 따라가며 성장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가고 그곳에서 수능 및 문제의 정답을 찾는 전문가로 길러진다. 그동안 듣는 것이라고는 졸업하고는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3년간 열심히 해라는 정도일 것이다. 나도 그렀게 자랐다. 그때 나에게 누구 하나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본 이들은 없었고, 어느 대학 어느 과에 가고 싶으냐고 묻는 어른밖에 없었다. 물론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과에 가거나 그 과가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면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래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먼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호수의 일의 주인공 호정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매번 확인받고,, 그것의 향상에 신경을 쓰기가 싫어 수시가 아닌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고 고집하는 아이이다. 그런 호정은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인해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어리다고 어찌 감정이 없지 않기에 말보다 눈치며 먹먹한 감정 등을 먼저 배웠다. 그런 그녀에게 어른들은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는 프레임으로 본다. 그런 그녀의 일상은 학교에 은기라는 전학생이 오면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언제나 전학생이 문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7쪽)


얼어붙었기 때문에 차갑다거나 냉랭한 것이 아니라 안전했다고 한다
.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녹이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다. 은기가 그랬다. 그들은 같이 하교를 하고, 친구 나래와 보람이와 같이 급식을 먹고, 둘이서 하굣길에 떡볶이도 먹고, 야자를 제껴 가며 만두를 먹으러 가고 감자탕을 먹자는 약속도 한다. 그러고 보니 같이 하는 것은 다 먹는 것 밖에 없다. 하긴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먹는 것 외에 허락받은 자유가 몇 개가 있을지 모르겠다.

은기는 비밀이 많은 아이다. 그 비밀을 조금씩 호정은 눈치를 채지만 그녀는 캐묻거나 알려고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찰나 같은 반 아이들에 의해 그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그는 잠적한다. 그 과정에 빌미를 준 호정은 심한 마음고생을 하는 방황을 하고 결국은 은기를 찾아 그를 만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슬픔은 다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시간은 다했다
. …… 어떤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기지 않는다. 나쁜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348쪽)


은기를 만나고 나서 느낀 호정의 감정이다
. 그들은 인사를 하며 단박에 둘 만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얼어붙은 호수가 녹고 어느 계기로 인해 흔들리는 수면이 갑자기 출렁거리며 요란스럽게 흔들리다 다시 잔잔해지는 과정을 겪는 10대 소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시기에 따라 다가오는 것이 다르다. 그것을 읽는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조차 그럴 것인데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의 기억과 그것에서 느끼는 감정은 연령층에 따라 더욱 다를 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학교에서 가르쳐주거나 책에서 배울 수가 없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도의를 너무 벗어나는 일탈적인 경험은 안 되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거니까... 그러한 다양한 감정이 자신만의 기억이 될 수 있다, 마치 호정과 은기처럼 말이다. 그녀가 느낀 것처럼 눈은 사라져도 눈 내리던 날의 기억은 살아지지 않기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놀러 가자는 약속을 하는 때에 나오는 대목이다
.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만
, 마음은 그렇지 않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84쪽)


옳은 말이다
. 시간만이 순서대로 흐른다. 마음과 기억은 그렇지 않다. 호수의 일로 누구로 인해 흔들렸던 마음과 기억을 한 번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