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집어져 있는 트럼프 카드 중 유독 퀸 카드만이 보인다. 그것도 권총의 형상 사이로... 3대 하드보일드의 거장 로스 맥도널드의 국내판 블랙머니의 표지이다. 트럼프, 퀸, 권총 그리도 『블랙머니』라는 제목까지... 책장을 넘기기 전인데도 표지만으로 얼추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 짐작이 가능할 것 같은 소설이다. 도박과 폭력 어쩌면 하드보일드의 단골 소재인 이것들로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 갈는지 이제는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이지만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설탐정 루 아처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부터 탐정이야기를 좋아하였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군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셜록 홈스에 열광하였고 에르퀼 포와로를 닮고 싶었으며 오귀스트 뒤팽을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으로 착각(이건 누구나 그러하지 않지만^^;;)도 하며 자랐다. 그러나 그들의 활약상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초능력(?)적인 그들의 능력에 비현실감마저 느끼게 되면서 점차 인간적인 탐정들의 인간미에 끌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처가 무능한 탐정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도움이 되고자 한 다고 밝힌 만큼 따뜻하지만 냉철한 가슴과 두뇌를 지닌 탐정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는 실타래처럼 엉킨 사건을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며 종국에는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사건은 부유한 도시인 몬테비스타에서 조금 지질한 청년 피터 제이미슨의 의뢰로 시작되다. 자신이 짝사랑해 온 버지니아 파블론이 결혼하려는 남자 프란시스 마텔의 정체를 밝히고 싶다고 아처에게 의뢰한다. 프랑스에 관심이 많은 버지이나가 프랑스 귀족 행세를 하는 프란시스에게 빠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간단한 의뢰 같던 사건이 프란시스 마텔의 주위를 탐색하던 해리라는 인물과 그의 부인이라는 키티가 등장하면서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하더니 7년 전 자살을 했다고 결론이 난 버지니아의 아버지 로이 파블론의 사건까지 얽혀 들면서 점차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살인사건이 두 건 더 일어나게 되는데...
화려하고 편안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위선과 부조리로 얼룩진 상류 계급의 어두운 단면을 저자 로이 맥도널드는 20년 동안이나 구상을 했다고 전해진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 거장의 마음속에 담겨 있었던 만큼 34장으로 구성된 조각들이 빠른 전개로 지루함이 없이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접한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이지만 그가 왜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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